
자동차가 자율 주행하고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세상. 이는 오랫동안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현실이 되어 우리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오고 있다. 얼마 전 오픈AI는 인간처럼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 쳇GPT-5를 공개했다. 이는 기계가 더 이상 프로그래밍된 작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AI는 우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간단히 ‘Yes’, ‘No’로 답할 수 없지만 필자는 과감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이 제 아무리 정교해진들 우리 인간 경험의 미묘한 뉘앙스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있다.
최근 데이트 앱의 전 세계 사용인구가 16%나 감소했다. 이 현상은 스페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왜 그러할까? 이 나라에 사는 싱글들은 ‘메르카도나(Mercadona) 플러팅’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카도나 플러팅’이란 오후 7~8시에 대형마켓 체인인 메르카도나로 쇼핑을 떠나 카트에 파인애플을 담음으로써 “나는 진지한 만남을 원해요”라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보내는 전통적 관행이다. 일종의 ‘슈퍼마켓 사교’인 이 방식으로 회귀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화상이나 알고리즘 보다 실제적인 접촉을 통해 상대방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제아무리 진보해도 진정한 상호작용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다.
AI는 탁월한 창작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예술가의 영혼까지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간의 경험을 표현하는 그림, 음악, 문학에는 우리의 감정인 고통, 기쁨, 꿈 등이 투영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AI는 스타일을 모방하고 기술을 재현할 수는 있지만 느끼거나 초월할 수는 없다.
기업가적 전략에는 AI가 재현할 수 없는 일정 이상의 직관과 모험이 중요하다. 혁신은 종종 대담함, 즉 ‘클리셰(cliché: 진부함)’를 깨부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불타는 창의 정신으로 현실을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시장을 흔들고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게 된다.
AI는 인간의 존재를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AI가 인간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교육은 미래 세대가 AI와 공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필수 영역이다. AI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 창의성, 공감과 같은 인간 고유의 특성을 길러주는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AI의 개발과 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윤리적, 규제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책임, 개인정보 보호, 공정성의 문제를 쟁점화 해야 한다. 결국 AI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반복적인 작업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단 AI 시대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코 잊으면 안 된다.
인간만의 독특한 감성과 상호 연결 욕구, 그리고 상상력과 창조력은 여전히 우리 존재의 핵심이다. 미래 역시 우리 후세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AI를 우리의 적이 아닌 동맹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