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확정투, 괴력의 벤자민 “쿠에바스 같은 세리머니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2024-10-03

KT 외국인 투수 둘은 성격이 정반대다. KBO리그에서 오래 뛴 윌리엄 쿠에바스는 활달 그 자체, 더그아웃 리더형이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삼진을 잡고 포효하는 모습은 이미 상징이 되었다.

웨스 벤자민(31)은 조용하다. 승리해도 함성을 지르거나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와는 거리가 먼 얌전한 투수다. 항상 미소 띤 얼굴로 주변을 대하는 ‘나이스 가이’형이다.

최하위권이었던 창단 초기를 치나 어느덧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T의 두 외국인 투수에게도 ‘가을 DNA’가 완전히 이식됐다. 와일드카드 1차전 쿠에바스에 이어 2차전에서는 벤자민이 괴력의 투구를 펼치며 포효까지 했다.

벤자민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의 투구를 펼쳤다. 9월4일 롯데전에서 6이닝 3실점 한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못하며 부진했던 벤자민은 올해 가을야구 첫 무대에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0㎞. 88개를 던지는 동안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등 변화구를 앞세운 절묘한 코너워크에 두산 타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KT는 1-0으로 승리,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 시작후 7타자 연속 범타 처리한 뒤 3회말 1사후 8번 김기연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조수행과 정수빈을 삼진과 내야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쉽게 끝냈다.

유일한 위기는 5회말이었다. 선두타자 5번 양석환을 좌전안타로 출루시킨 뒤 내야땅볼로 2루를 내주고 허경민에게도 좌전안타를 맞았다.

두산은 이 한 방에 3루에 이어 홈까지 노렸다. 발이 그리 빠르지 않은 양석환이 전력으로 질주했으나 5회말 시작과 함께 우익수에서 좌익수로 이동해 있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타구를 잡아 홈으로 강력하게 직송구 했다. 포수 장성우는 기다리고 있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양석환을 태그, 아웃시켰다. 실점 없이 2사 2루가 됐고 벤자민은 김기연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해 직접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이닝을 끝냈다.

최대 위기를 넘기고 포효한 벤자민은 6회말 세 타자를 전부 땅볼로 잡았다. 그 사이 KT가 6회초 로하스의 2루타와 장성우의 희생플라이로 만든 1사 3루에서 강백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으면서 1-0으로 앞섰다.

벤자민은 7회에도 등판했다. 77개를 던진 뒤였지만 위력은 더 세졌다. 두산의 중심타선 제러드-김재환-양석환을 삼진-2루 땅볼-삼진으로 끝냈다. 5번 타자 양석환을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11개로 7회를 끝내버린 벤자민은 평소와 달리 크게 포효하면서 원정 응원석의 KT 팬들을 향해 두 팔을 펼쳐 올리면서 함성을 끌어냈다.

고영표와 소형준이 일찍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으나 벤자민의 지치지 않는 역투에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벤자민은 1-0으로 앞선 8회초 고영표에게 공을 넘겼고 승리했다. 2022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KBO리그에서 거둔 두번째 포스트시즌 승리다.

2024년 최고의 투구를 펼친 벤자민은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메카닉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했다. 오늘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로하스가 홈으로 들어온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7회말 마지막 타자(양석환)를 삼진으로 잡았을 때, 최근 한 달 부진했던 것도 잊어버릴 만큼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벤자민이 던지는 동안 더그아웃에서는 쿠에바스가 계속 크게 웃었다. 벤자민은 “나는 쿠에바스처럼 그렇게 세리머니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특히 7회에는 (내 투구) 마지막 이닝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정이 그렇게 나오고 말았다”며 “쿠에바스에게 ‘난 너처럼 세리머니 하고 싶진 않았다’고 했더니 그래서 크게 웃은 것 같다”고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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