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안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산정과 발표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취재진에게 보여준 도표와 공식 행정명령 문서에는 서로 다른 관세율이 적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수입품 상호관세율을 25%라고 발표했는데, 발표 당일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다가 백악관은 이튿날 한국 상호관세를 25%로 수정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상호관세율이 바뀌었다는 공식 안내와 관세율 수정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
미국 정부의 실수는 관세율 계산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대국의 관세와 각종 비관세 무역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했다는 백악관의 설명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을 관세율로 적용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 계산식을 두고 “보호주의 경제학을 믿는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3일 엑스에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상호관세를 계산했다며 “창조론으로 생물학을, 점성술로 천문학을 각각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속한 행정부에서 진지한 분석에 근거하지 않거나 해로운 정책을 추진했다면, 나는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1995∼1999년)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2009∼2011년)을 각각 역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성급히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관세 부과 방식이 발표 직전까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20% 단일 관세 부과 방안과 국가별 관세 부과 방안, 두 가지 방안을 합친 안 등 여러 선택지가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당일 사전 브리핑에서도 상호관세가 ‘기본관세율(10%)+알파(α)’의 구조라고는 밝혔지만 국가별 관세율은 함구했다. 백악관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때 표를 들고 있을 테니 거기에서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발표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표를 사진 찍으면서 각국 관세율을 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관세 부과 규정을 바꾼 바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맥주캔 등 알루미늄 캔이 관세 부과 목록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을 관세 대상으로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