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인 2일(현지 시간) 발표한 상호관세의 근거가 된 관세율의 산정 공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비논리적이라는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이 공식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챗봇이 알려준 방식일 수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시중의 주요 AI챗봇 여러 곳에 관련 요청을 한 결과 복수의 AI챗봇이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한 방식을 제안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테크 매체인 더 버지는 3일 “각국이 미국에 부과한다는 상호관세율은 여러 주요 AI챗봇이 추천하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계산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각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율의 근거로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 상호관세율을 도출한 뒤 이의 절반에 대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 상호관세율의 산정 방식이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각국의 대미 관세 산정법에 대해 “경제자문위원회(CEA)가 국제 무역, 경제 문헌과 정책 관행에서 매우 잘 확립된 방법론을 이용해 숫자들을 계산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각국과의 단순히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으로 나눈 수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이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 달러, 수입액은 1320억 달러로 이를 나누면 약 50%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이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이의 절반 수준인 25%라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 역시 이 공식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관세율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무역적자를 강제로 줄이기 위한 자의적인 숫자인 셈이다.
더 버지는 테스트를 통해 이마저도 AI챗봇이 제안한 방법을 단순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매체는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 네 개의 챗봇에 “미국과 각 무역 파트너 사이의 무역적자를 서로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미국이 다른 국가에 부과해야 하는 관세를 계산하는 쉬운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더 버지는 “네 챗봇 모두 근본적으로 동일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모두 미국의 적자에서 상대국의 수입액을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록과 클로드는 다만 상대국에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관세 수치를 절반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방식이다.
챗봇들은 다만 이같은 방식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제시했다고 더 버지는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한 페이지에 걸쳐 역효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계산은 양자간 무역 적자를 없애는 것으로 목표로 겉보기에 간단해 보이는 방법을 제공하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복잡하며 상당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무역 적자 균형을 맞추는 효과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더 버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AI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숙제를 3시간 안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처럼 그들은 아마도 AI의 유혹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