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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오는 우리나라 배추는 품질이 좀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오는 신선배추는 싱싱하고 아주 좋거든요. 그래서 물량이 부족할 때는 이 방법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요.”
2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원예작물 수급안정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 현장에서 기자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듣는 이야기를 누가 하는 건지 확인하고자 다시 한번 연단을 쳐다봤을 정도다.
발언자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 그는 종합토론 시간에 ‘중국산 신선배추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한 수급안정 대책이 있느냐’는 한 패널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배추값이 너무 높아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저희(aT)가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에서 신선배추 40여t을 수입했습니다. 요즘 가락시장의 하루 배추 반입량(100∼200t)을 고려하면 정말 적은 물량이지만, 시험적으로 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추값이 계속 올라가면 배추를 소비하는 국민만 문제가 되거든요.”
앞서 본지는 aT가 중국산 신선배추 36t을 서울 가락시장 경매에 내놓았다는 사실을 보도한 터라(본지 2월19일자 6면 보도) 귀가 쫑긋 세워졌다. 결론적으로는 중국산 신선배추 품질이 좋아 소비자 반응이 괜찮았다는 게 그의 요지였다.
한술 더 떠 그는 “생산자들은 ‘내가 배추 생산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으로 배추를 키우는 게 아니거든요, 돈 벌려고 하는 거니까”라고도 했다. 만약 행사에 배추 재배농민이 있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거리라도 한판 벌였을 만한 발언이었다.
그는 토론회 주제 발표자로 나서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aT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여름배추 시험재배 실증, 과수 신품종 육성지원, 권역별 비축기지 확충 등에 힘을 쏟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토론회 시작 전 aT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원예농산물 생산·유통에 공동 대응하기로 업무협약도 맺었다.
그런데 중국산 신선배추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 수급업무 담당자의 말을 들으니 과연 aT가 배추 수급안정에 대한 진정성이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국내 생산량이 부족하면 값싸고 싱싱한 외국산 농산물을 들여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에게 소비자만 국민인 건지 묻고 싶은 현장이었다.
김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