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보수의 돈키호테 또는 체 게바라 울산 남구갑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1)

2025-01-24

감독의 눈에는 한 대상에 관해 비영화인이나 다른 분야 스태프보다 더 많은 게 더 정확하게 보이고, 카메라 프레임으로 들여다보면 모든 종속변수를 배제한 순수의 날것이 더 잘 보인다. 자주 말했듯 무당의 눈은 속여도 감독의 눈은 속일 수 없다는 대로. 울산에 오기 전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보고 들은 정치인에는 좌우가 없었지만, 울산에서 만나는 정치인의 대부분이 진보 쪽이었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어본 보수 쪽 정치인은 김상욱 의원이 처음이다.

그런데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선입견이 너무 강해서 내 틀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고집 때문일 수도 있고,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해 양파를 까듯 하나하나 뜯어보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고약한 습관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단 10분 만에 맑은 개울가처럼 훤히 들여다보여 뭘 질문해야 할지 허공에서 단어를 찾기 위해 애를 써야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굉장히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피곤하지만 흥미롭다. 그래서 대선이 끝날 무렵에 한 번 더 인터뷰하기를 요청했다.

초선에 7개월밖에 안 되는 정치인이다. 그런데 3김 시대의 군웅할거(群雄割據)도 아니고 온갖 범죄와 추문도 아닌, 정치인이라는 본연의 모습만으로 이 신출내기 젊은 정치인이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각종 레거시 미디어나 SNS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격려 또는 훈계하는 선배 의원들에게 되레 나긋나긋하지만 강하게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연일 나타나고 있고, 국민의힘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언급할 때 기명으로 그의 대사를 따옴표로 제시한다.

내부에서는 새로운 바람의 기수로서 격려를 받기도 하는 한편 배신자라는 좌표가 찍혀 말과 글의 창으로 공격받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올바른 보수 정치인이라고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정치적 쇼를 한다는 의심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인터뷰 10분 전 김상욱 의원 사무실 앞에서 건물 창문으로 내려다봤을 때 그는 격려의 현수막을 설치하는 두 남녀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시간 넘는 인터뷰 시간 동안 그의 핸드폰은 온갖 욕설과 협박 문자 메시지로 끊임없이 울렸다. 뚜렷하게 대비되는 이 모습이 현재 김상욱 의원의 정치적 현주소다.

Q. 의원 된 지가 얼마나 됐나?

초선이고, 7개월 정도 된다.

Q. 지금 유명도는 거의 4, 5선급이다.

유명도는 잘 모르겠는데 부담은 많이 갖고 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현재 한국 정국(政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걸 알고 있어서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특히 중요한 표결이 있기 전에는 거의 잠을 못 잔다. 밤새 연구하고 고민하고 사람들 의견을 듣는다. 지난번 국무총리 탄핵 때에는 이후 생길 부작용에 대해 살펴봐야 했으므로 증권, 은행, 관련 공무원 등 여러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으면서 고민했다.

대부분 초선의원은 표결이나 각종 의회 활동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 당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표결에 임하거나 시키는 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한다거나 당면 문제에 관해 알아본다거나 하질 않는다. 난 표결할 때마다 당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알고 내가 확신을 가지고 내 가치와 위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서 많이 연구하고 많이 묻고 그러는 거다.

Q. 주변의 의견을 물어본다는 게 동료의원들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는 건가? 이런 태도는 스스로 실천하는 것인가?

변호사로 일할 때부터 습관인 것 같다. 어떤 문제에 관해 그 분야의 전문가나 실무를 맡은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국무총리 탄핵 때도 탄핵 이후 경제적으로 여파가 어떻게 미칠지는 경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경제전문가들이 제일 밝고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해서 경제 관련 얘기는 그쪽 얘기를 듣는 거다. 내가 보임된 농림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농업 현장을 내가 잘 모르니까 배워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꾸준히 농협, 개발공사 같은 곳을 다니면서 현장 얘기를 계속 듣고 있다.

내가 먼저 알고 기준을 세우고, 그리고 판단해야 하는 거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이란 하나의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요구하고 있는 이 지침을 난 정말 무거운 요구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12.3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이를 깊이 체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1, 2년은 배우는 시간이니 내 주장보다는 열심히 선배들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았는데, 비상계엄 시국에 국회의원으로서 내가 충실하게 표결 등의 활동을 하지 않거나 직접 발로 뛰면서 알아낸 현장의 지식 활용과 주어진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가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고 국민이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12.3 현장에서 너무 강하게 체감한 것이다.

그래서 12.3 이후에 더 열심히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고, 더 많이 고민하고 되돌아보고 연구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 만큼 움직이고 있는데,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Q. 울산저널은 울산 유일의 진보 매체다. 최근 진보성향의 한 사람을 인터뷰했는데 김상욱 의원을 잘 알고 있었다. 민주당에 올 사람이 국민의힘으로 가 있다고 하던데, 왜 국민의힘을 선택했는지 듣고 싶다.

먼저, 나는 보수주의자다. 보수의 중요한 가치 또는 보수의 품격이란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고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배움을 얻으며 안정적인 성장을 기획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 대상을 배척하지 않는다. 생각이 다르면 그만큼 배울 거리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고칠 건 없는지 배울 건 없는지 고민하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여러 방송과 언론에도 얘기한 바 있는데, 내가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보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가치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그러면서도 자유롭고 자율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점진적 발전을 꾀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나가는 것이다. 법치주의도 당연히 수호해야 하고. 창의적인 도전, 혁신적인 도전을 테마로 삼는 진보와는 조금 색깔이 다를 수 있다. 보수는 안정적인 성장, 공정, 합리,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히 보수의 배신자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이러한 보수의 가치와 정면으로 위배하기 때문이다.

내게 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인 성향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건강한 보수가 꼭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왜냐. 대한민국은 4대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나라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같은 나라가 힘이 약해지거나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면 항상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반대로 나라가 힘이 있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면 열강들이 힘을 조율하면서 경제적·문화적으로 큰 번영을 누리게 되는 거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가능성이란 강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나라이고, 개방성의 필수 요소가 공존과 합리, 그리고 자유다. 보수의 가치가 제대로 꽃 피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인 요구도 있다. 지금 빨갱이다, 극좌다, 진보다, 이런 논의는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정치와 우리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첫 번째는 포퓰리즘(대중주의)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후세에 부담을 줘도 괜찮다, 뭐든 할 수 있다는 포퓰리즘.

두 번째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국수주의다. 극우. 서구사회에서 많이 봐온 현상인데, 서구의 젊은이들이 태어나고 보니 선진국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박탈감을 느껴서 그 좌절감에 배타적이고 폭력적 성향을 띠는 극우로 변모해 버리고 만다. 유럽과 선진국의 대부분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얼마 전의 기사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이 러시아에 갔을 때 러시아 극우 청년들에게 공격당했다는 일도 있었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태어나니 우리가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본인들의 미래는 절망뿐이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더군다나 선배 세대들은 본인들이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 후배 세대들에게 더 많은 짐을 넘기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 특히 20대들은 박탈감과 저항감이 상당하다.

남 탓을 하기 시작하면서 극우 현상으로 나타나는 거다. 중국을 배타하는 것, 난 그게 극우적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아랍을 배타하듯이 똑같이 우리가 중국을 배타한다. 모든 위기의 근원을 중국 때문이라고 하는 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의 자본과 기업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개방성이 있어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보수의 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보수주의자인 나는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보수는 품격도 중요하다. 색깔이 다르면 많이 듣고 배워야지 배타할 일이 아니다. 배우고 품어나가면서 더 나은 발전을 기획하는 것, 그것이 진짜 보수의 품격이라 생각한다. 내가 보수주의자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당연히 보수의 상징인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다.

Q.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주변에서 워낙 많이 응원해 준 덕분에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뚜렷한 뜻이 있었다기보다 그냥 뭘 하게 되는구나,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막상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내가 해야 할 사명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된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지향하는 바와 할 것은 명확하다. 말씀드린 보수의 가치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옳음을 기준으로 정책과 언행을 해 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을 강하고 개방적인 국가로 만드는 데 애를 쓸 것이다.

구체적인 정치적 목표는 개헌이다. 첫째, 대통령 분권. 현재 대통령 힘이 너무 세다. 국방과 외교, 그리고 내치를 구별해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 또 대통령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겠나. 둘째가 중임제 대통령제. 셋째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바로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정당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위한 소선거구제 폐지다.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가 아니라 중선거구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내 정치 목표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의 건강한 보수가 꼭 필요하다.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유럽처럼 청년 극우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청년 극우는 시간이 갈수록 더 힘을 많이 받을 것이다. 청년 극우를 견제할 수 있는 건 진보세력이 아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보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건강한 보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포퓰리즘도 견제해야 하고 극우도 견제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는 잘못된 포퓰리즘 정책이 우리 미래세대를 병들게 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고, 우리 청년들이 극우에 병드는 것도 막아낼 수 있다. 건강한 보수는 앞서 말했듯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보수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방법론적으로 헌정질서,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

Q.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의 가치를 위반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일단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 번도 보수주의자였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처벌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 윤 대통령인데, 박 전 대통령에게 탄핵 사유는 있었을지 몰라도 형법상으로 처벌 사유가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형사처벌을 위해 무리한 범위까지 동원했다. 일명 경제공동체라는. 이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통 보수세력을 엄청나게 공격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보수의 대통령이라고 나타나서 내세운 게 공정과 상식이었다. 내가 주장하는 보수의 가치에서 공정과 합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는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공정했느냐? 합리적이었느냐?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었느냐? 자율과 자유를 중시했느냐? 나는 의문이다. 이유 없이 중국을 배타하면서 공정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해왔다.

가장 큰 문제는 극우적 생각을 가진, 특히 청년 극우나 극우 유튜브 세력을 우리 국민의힘으로 적극 끌어들이면서 정통 보수정당인 우리 당을 우경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버렸다. 국민의힘을 우경화하고 극우라는 암 덩어리가 자라게 만든 장본인들이 12월 3일 밤 반헌법적 군사독재를 기획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가치 위배다. 헌정질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절대 가치를 정면으로 깨부수었다. 그래서 윤 대통령에 가장 분개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자라고 단언하는 것이다. 보수주의자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다.

자주 하는 말인데, 보수와 극우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기존의 관념에 얽힐 게 아니라 실질을 정확하게 봐야 한다. 극우주의자들은 전체주의적이고 배타적이고 폭력적이고 맹목적이다. 그들은 북한을 싫어하고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종북 빨갱이라고 비난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들이야말로 북한과 가장 많이 닮았다.

반면에 우리 보수주의는 정반대에 있다. 자유를 추구한다. 개방을 추구한다. 공정과 합리를 추구한다.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 보수당에 극우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경계하고 거리를 두며 척결해야 할 대상이 극우이지, 끌어안을 대상이 아니다.

Q. 자신이 보수라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이 태블릿PC에 관해 계속 의문을 제기했고, 박근혜가 정말 탄핵당했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데, 김 의원도 탄핵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했다.

탄핵이 아니라 형사처벌에 대해서다. 두 개는 별개다. 탄핵은 정치적 과정이자 헌법재판이고. 박 전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받아 감옥에 갔잖은가. 그런데 사실 탄핵 과정에서 의문은 있다. 권성동 현 원내대표가 당시에 탄핵소추위원장이었고.

국내에 대통령 탄핵 재판이 몇 번 없었다. 처음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재판을 하면서 원칙이 하나 섰다. 일반적인 형사적 사건과 처벌로는 탄핵할 수 없다. 뇌물 이상의 중범죄여야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할 때 1번 사유가 뇌물 수수였고, 당시 특검 검사가 윤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뇌물을 밝히지 못했다, 탄핵 때까지. 그래서 갑자기 뇌물을 뺀다. 그리곤 다른 걸로 막 짬뽕을 해서 탄핵을 시킨다. 그리고 억지로 뇌물로 만들어놓은 것이 경제적 공동체로 묶은 것이다. 탄핵 사유는 헌법 차원이고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있으며 정치적 과정의 일환이므로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형사처벌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뇌물죄의 경제적 공동체론이라는 것이 가능한 얘긴가.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 때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리 범 정통 보수 세력들을 엄청나게 괴롭혔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은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늘 하고 싶은 말은 건강한 보수가 있어야 건강한 진보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같이 갈 수 있다. 서로가 진영논리에 빠져서 적대시하다 보면 한쪽을 망가뜨리려고 한다. 한쪽이 망가지면 다른 한쪽도 자연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렇다. 민주당은 힘이 들어오면 독주를 해버리려 하고,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과 달리 자꾸 탈주한다. 그러면 탈주를 명분으로 다른 쪽에서 더 독주하게 된다. 더 독주하면 이걸 명분 삼아 또 탈주한다. 독주하고 탈주하는 정당들만이 있는 대한민국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어디에 있겠나.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는 수레의 양 바퀴다. 당시 건강한 보수를 기치로 걸었던 많은 이가 탄압받았고, 결국 보수계가 거의 절멸하다시피 했다. 그 자리를 윤 대통령이 꿰차고 들어와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지 않나. 나서서 잘했으면 되는데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겠다, 공정과 상식, 사회 통합을 얘기했는데 하나도 하지 않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에는 헌정질서를 부숴버렸다. 윤 대통령은 보수주의자 입장에서 보수 가치를 정면으로 배반했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는 보수의 배신자다.

Q. 무속 정권, 무속에 찌든 국민의힘,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작금의 사태에서 그 문제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속에 많이 기댄 부분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리당략으로 이미지를 나쁘게 해서 선전·선동하는 연장선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봐야 하는 핵심은 뭐냐.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고 가치 추구 정책을 펼쳤느냐를 봐야 한다. 보수당이면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정립했냐, 그 가치에 맞는 정책을 실행했냐, 그에 맞는 언행을 했느냐. 진보라면 진보의 가치에 맞는 방향성을 선정했냐, 그 가치를 반영했냐, 그에 맞는 정책을 실행했냐. 이런 걸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의 매우 나쁜 모습인데, 자꾸 페인트칠하고 구정물을 뿌린다. 본질을 흐리는 거다. 나는 윤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무속 정치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에서 어긋난 것이다.

Q. 대선이 곧 있을 거라는 예측이 있다. 진보 쪽에서는 이재명 현재 민주당 대표, 국힘은 사분오열이 돼 있다.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회의원이 된 지 7개월밖에 안 됐지만 폭넓게 만나고 있다. 궁금해서. 이재명 대표와는 얘기를 직접 섞어 본 적이 없어서 그분에 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단언하거나 함부로 평가하는 게 어렵다. 정치활동을 하면서 지켜본 모습으로는 영리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만 단점과 위험한 모습도 보인다. 뭐냐면 너무 강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 만큼 강한 통제력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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