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항 23주년을 맞는 인천국제공항이 길었던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여건은 마련됐다. 올해 국제 여객은 팬데믹 이전 수준인 7000만 명을 회복할 전망이다. 여객 1억 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4단계 건설 사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화물 처리 능력도 기존 500만t에서 630만t으로 늘어나 세계 2위로 뛰어오른다.
위상과 평가도 높아졌다. 인천공항은 최근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수준의 무디스 신용등급(Aa2) 취득, 세계 최초 고객 경험 인증 최고 단계 3년 연속 인증,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아시아지역 허브공항 결정 등의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자랑인 인천공항을 수식하는 ‘최초’와 ‘최대’ 수식어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국가대표 공항’인 인천공항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항공 수요와 밀접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부진하다. 더욱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상업시설 임대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고민도 있다. 따라서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프랑스 파리공항과 같은 선진 공항들이 공항 운영, 상업시설 활용, 부동산 개발, 해외 사업 등에서 다변화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 역시 사업 다변화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인천공항이 “누가 공항의 미래를 묻거든 인천공항을 보라”며 야심 차게 선포한 ‘디지털 대전환’ 선언은 큰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공항 수속 과정 최적화, 출·입국 시간 단축, 협동로봇의 수하물 이송, 교통약자의 편의를 돕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을 실현하면서, 인천공항은 공항 시설 전체를 최신 디지털 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해 미래 공항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단순히 신기술의 도입만으로 세계 공항 시장을 혁신할 수는 없다. 결국 인천공항의 디지털 전환은 확고한 공항 운영 노하우 아래 공항 자체를 기술, 혁신, 지혜가 생산되고 운반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또한 공항 운영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뿐만 아니라,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역량 있는 인재들이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
인천공항에서는 매일 어마어마한 규모의 여객과 항공기 관련 정보가 생산된다. 디지털 신기술, 데이터센터, 연구개발 인력 등의 세 가지 요소가 인천공항의 축적된 데이터와 결합한다면, 인천공항이 ‘항공 실리콘밸리’가 되는 미래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전찬기 인천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