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지털 리터러시와 햄버거

2025-02-23

“어떻게 8000원짜리 햄버거를 5000원에 먹을 수 있어?”

시니어 세대에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앱 할인 방법과 각종 간편결제 혜택을 설명하면서 듣는 이야기다. 키오스크 사용법은 차치하고, 수많은 앱의 홍수에서 패스트푸드 앱을 찾아 가입하고 쿠폰을 받고 간편결제까지 이용하라니 디지털 리터러시를 체화하지 못한 세대에겐 난감한 일이다.

시니어 세대가 어렵게 일련의 과정을 완료해도 또 하나의 난관에 직면한다. 다양한 키오스크의 각각 다른 조작법이다. 결제 과정에서 헤매다보면 진땀을 흘린다.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뜨거나 뒷사람이 눈치를 주면, 무력감마저 느낀다.

불편함은 그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앱에서 열리는 이벤트는 선착순이거나 당첨 상품을 짧은 기한에 써야 하기 일쑤다.

서울시 손목닥터9988을 포함한 지자체별 걷기 챌린지 앱도 시니어를 손해보게 한다. 힘들여 기껏 걸었건만 연동이 안 됐다며 마일리지(적립금)를 안 준다. 값비싼 돈으로 산 스마트폰과 가전 사용법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세상은 인공지능(AI)으로 떠들썩하지만 디지털이 불편한 세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인구 중 50대 이상 인구 비중이 가장 높다. 뒤를 이어 40대와 60대가 많다. 이들 중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언젠가 종로의 햄버거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몇 차례 누르다가 직원에게 지폐를 주며 내 돈 주고 왜 커피를 못 마시냐며 하소연하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디지털 역량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오늘의 삶을 풍족하게 할 요소다. 시니어를 포함한 디지털 소외 계층에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 선제적이고 적극적 정책이 시급하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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