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2036 올림픽 유치 계획은 충분한가?
1988 서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 도시에서 개·폐회식장을 포함한 대다수의 경기장을 함께 사용하며 나란히 개최된 최초의 대회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988년 이전까지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같은 해에 열리긴 했지만 서로 다른 도시에서 별도로 개최되었다. 제1회 패럴림픽인 1960년 로마 대회와 제2회 패럴림픽인 1964년 도쿄 대회의 경우 도시는 같았으나 경기장은 대부분 달랐고 이러한 흐름은 1984년까지 이어졌다.
1980년 패럴림픽의 경우 올림픽 개최국인 소련에서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이유로 대회를 거부하며 최종적으로 네덜란드 아른헴에서 열렸다. 서울대회 직전 대회인 1984년 대회의 경우 개최국(미국)의 파행으로 미국 안에서도 일리노이에서 뉴욕으로 개최지가 변경되었으며 전 종목을 개최하기도 어려워 휠체어종목만 따로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뉴욕 대회 종료 후 약 20여 일 뒤에 대회를 별도로 치러야 했다. 그렇기에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끝난 후 패럴림픽 선수들이 올림픽 개회식장인 잠실 주경기장에 동등하게 입장했을 때 느꼈을 감동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2월 28일 2036년 하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도시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됐다.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5년도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진행된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투표에서 총 61표 중 전북은 49표를 얻어 11표를 얻은 서울을 꺾었다. 무효표는 1표였다. 모두의 예상을 깬 압승이었다.
전북은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을 강조 한 것이 이번 승리의 핵심이었다. 유치 시 육상 경기는 대구스타디움, 양궁·수영은 광주, 테니스는 충남 홍성, 실내 스포츠는 충북 청주, 해양 스포츠는 전남 고흥 등에서 분산 개최할 계획이다. 이는 IOC의 인접 도시 연계를 통한 비용 절감 기조에 부합하며,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와 경제력을 분산시켜 국가 균형 발전 모델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의 올림픽 유치 계획은 절반만 수립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패럴림픽 유치에 대한 계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IOC를 포함한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된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있으며, 패럴림픽 유치계획이 국가 간 경쟁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쉽게도 전북이 후보도시로 선정된 지 보름 정도가 지났지만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누리집 내에는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만 있고 패럴림픽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제 전북의 경쟁상대는 국제무대다. 아시아에서만 인도네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4개국이 2036 올림픽·패럴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3~4개 국가가 유치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미 2022년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조코 위도도 당시 대통령이 직접 2036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치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인도 역시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패럴림픽 대회 유치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 하계아시안게임, 2034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2036 올림픽·패럴림픽까지 유치하려고 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전북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패럴림픽을 포함한 올림픽 유치 계획을 빠르게 보완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전북이 진정한 의미의 ‘완성된’ 대회 유치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발표하길 기대한다.
이재원 <한국특수체육학회 회장·용인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