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금 급한 롯데케미칼, 1조 건자재 사업마저 판다

2024-12-03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비핵심사업 떼어내 매각

재무구조 개선작업 속도

롯데, 유동성 위기설 잠재우기 안간힘

롯데케미칼이 몸값이 최대 1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건축자재사업부 매각을 추진한다.

최근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는 등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자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는 ‘카브아웃(Carve-out)’ 거래에 나선 것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국내 주요 IB를 통해 국내외 원매자들과 접촉하며 건축자재사업부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외 주요 사모투자펀드(PEF)와 전략적투자자(SI)가 해당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롯데케미칼이 기존 화학업종과 크게 관련 없으면서도 시장에 팔릴 만한 사업부를 분리해 매물로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건자재사업은 인조 대리석 브랜드인 ‘스타론’, 고순도 천연 석영을 주성분으로 한 건자재 브랜드 ‘래디언스’, 100% 자연 광물 원료로 제작된 세라믹 소재 브랜드 ‘로셀린’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건자재사업부의 최근 연간 매출액은 약 4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800억원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 건자재 업체들의 기업가치를 통상 EBITDA의 10배 내외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케미칼의 해당 사업부 매각가는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백화점이 2018년 모건스탠리PE로부터 현대L&C(옛 한화L&C) 지분 100%를 3680억원에 인수했을 당시에는 EBITDA 400억원의 약 9배인 3680억원에 매각가가 정해진 바 있다.

IB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 전망에 주택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사 측이 건자재사업부 기업가치를 최대 1조원 가까이 기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건자재 시장은 LX하우시스, KCC, 현대L&C가 ‘빅3’로 과점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 건자재사업부는 후발 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을 보면 LX하우시스가 약 2조5000억원, KCC와 현대L&C가 각각 1조원 내외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4000억원대 매출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건자재사업은 최근 2~3년 건설경기 악화로 매출이 주춤했다. 다만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고 건설경기가 향후 살아나게 되면 건자재사업은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또 물가 상승분이 건축자재에 반영된다는 점도 투자처로서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건자재사업부 매각에 나서면서 최근에 제기된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화학업계가 타격을 입으며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바 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최근 전방위적으로 사업부를 매각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유통(롯데쇼핑)과 관광(롯데호텔), 화학(롯데케미칼)을 제외한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는 데 적극적이다.

우선 롯데그룹은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고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터카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약 60.67%다. 현재 롯데렌탈은 호텔롯데(37.80%), 부산롯데호텔(22.83%)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롯데그룹은 기업가치 2조5000억원(지분 100% 기준)을 기반으로 1조원대 중반에 롯데렌탈을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올해 상반기 렌터카 2위 업체인 SK렌터카를 인수했던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꼽힌다. 어피너티는 약 8200억원에 SK렌터카를 인수한 바 있다. 만일 어피너티가 롯데렌터카까지 인수하고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를 합병하게 되면 합병 법인은 렌터카 시장에서 약 36%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된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롯데렌터카 인수를 원하는 복수의 사모펀드가 있다”며 “롯데그룹의 의지가 있다면 이달 내로도 딜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부산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보다 폐점 후 부동산 개발에 초점을 두고 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부산 지역 시행사들을 잠재 원매자로 보고 2000억~3000억원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케미칼은 이와 함께 기존 사업 효율화도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 우려로 전남 여수 공장 일부 가동을 중단한다.

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회사는 여수 국가산업단지 2공장 가동 중단 절차인 ‘박스업’에 돌입했다. 박스업은 생산시설을 비우고 질소를 충전해 가동 정지 상태에서 설비를 보호하는 조치다. 공장 측은 가동을 중단한 생산라인에서 근무 중이던 70여 명을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6조원 가치를 가진 롯데월드타워를 롯데케미칼에 담보로 제공해 회사채 조기 회수 우려를 불식한 바 있다. 오는 19일에는 EOD 관련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합의에 나설 예정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기준 총자산이 139조원, 부동산 가치는 56조원이며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가용예금이 15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차입금 39조원도 그룹 11개 상장사의 3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이며 순차입금은 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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