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일부 사모펀드들이 인수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보다 투자자들의 배당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사모펀드의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적대적 M&A'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에 이어 최근 고려아연 인수를 시도 중이다. 고려아연 측은 MBK의 행동이 '적대적 M&A'라고 주장하고, MBK 측은 '적대적 M&A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양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13년 전 MBK의 네파 인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MBK가 약 10년 전 인수한 네파는 지난해 10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인수 시점인 당시 네파는 1052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2013년 MBK는 당시 최대 주주였던 김형섭 전 대표 포함한 주주로부터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4800억원은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다.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네파가 인수 금융 채무 원리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후 네파는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네파가 인수 채무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아웃도어 시장 침체기 시작에 성장동력 적기를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을 위한 먹거리에 투자를 해야 하는 시점에 MBK가 끌어온 인수 비용을 네파가 갚아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한다. 2013년 당시 34%이던 부채비율도 2023년 231%로 급증했다.
이처럼 네파의 부채가 증가하고 순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MBK는 지속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K는 인수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배당을 시작해 2013~2021년까지 총 833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회사가 순손실 등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 못했던 2017~2021년에도 보유 우선주에 대해 주당 평균 4만7000원 수준의 배당 총 204억원 집행했다. 네파 주식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MBK가 지난 2019년 인수한 롯데카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MBK 인수 후 롯데카드도 경영 악화, 매각 실패, 투자 축소로 이뤄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60억원 대비 79.5% 감소했다. 연체 채권 비율도 올해 상반기 말 1.80%로 2022년 6월 말 0.91%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고려아연도 내부 임직원들 사이에 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실적 악화를 넘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역할마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CTO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중요시하기보다는 단기 성과 회수와 고배당에만 집중하는 경영방식이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기술중심의 기업에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측은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등 이미 수많은 기업이 MBK에 의해 심각한 문제 상황을 겪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