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1경비단이 지난해 초 MBC를 직접 방문해 주조정실(주조)과 부조정실, 건물 외곽을 시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방송사 주조는 프로그램의 제작·송출을 지휘하는 곳으로 이곳이 장악되면 방송 송출이 차단된다. 또 군은 당시 MBC 본사의 도면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모든 쿠데타가 그렇듯 1차 타깃은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하는 것”이라며 “아마 12월4일 새벽 1시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에 실패했다면 계엄군은 MBC, KBS, SBS를 1차적으로 장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2월 6일 수방사 1경비단은 MBC에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고 2월 15일 5명의 요원이 직접 MBC를 방문했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박건식 MBC 기획본부장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의아했다”며 “그전에도 군이 보안시설인 MBC를 찾아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일반 보병 사단이었고 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찰·소방서와 함께 합동 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수방사 1경비단은 계엄 당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진 부대다.

시찰 이후 수방사 1경비단은 공문에 없던 MBC 도면을 요청했다. 박 본부장은 “저희들이 매우 의아했던 것은 국가기간방송은 KBS이고, KBS에는 수방사가 이런 공문을 보낸 적도 찾아온 적도 없다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왜 굳이 MBC만 찾아왔냐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육군 수방사 1경비단이 MBC 등 국내 주요 방송사의 건물 내부 도면을 요청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정 의원은 “대테러 업무는 경찰 소관이다. 그러니까 경찰을 대동하지 않고 수방사 경비단이 MBC에 대위를 팀장으로 해서 와서 주조정실과 부조정실을 정찰하고, 그리고 도면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에 도면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 예비군 중대에는 사옥 도면에 없었고. 도면이 필요하면 정식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했는데 이후에 공문이 오지 않았다”며 “저희가 도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희 내부의 어떤 단전 단수와 관련돼서 중요시설들의 모든 점을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단전 단수 요청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시에 의해 주요 언론사 MBC를 포함해서 했다는 것이 소방청장의 증언으로 드러난 바 있다”며 “2024년 2월 사전 정찰을 통해서 단전 단수 설계도면 확보, 주조정실 장악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12월4일 새벽 계엄령 시행을 위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가리기 위해서 방송사를 장악하려고 했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