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독한 입’으로 회자되는 20대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28)이 지난달 29일 포착된 곳은 경주 황리단길의 한 젤라토 가게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레빗 대변인은 앞서 황리단길에 있는 올리브영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고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황리단길이 경주 방문객이면 꼭 들르는 핫플레이스임을 이번에 제대로 인증했다.

경주는 신라시대를 기점으로 한 천년고도다. 그런데 황리단길이 있는 동네의 역사는 사실 짧다. 황리단길은 신라시대 봉분군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릉원 인근 한옥동네에 있다. 황남동과 사정동의 사잇길로, 동네 자체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 한옥단지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경주의 기본 토대는 70년대 중앙정부가 주도해 만들었다. 당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에 따라서다. 이 계획의 첫 장에 적힌 글귀는 이렇다.
“신라고도를 웅대, 찬란, 정교, 활달, 진취, 여유, 우아, 유현의 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재개발하라.”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제철 가는 길에 경주를 들렀다가 내린 지시였다. 당시 정부는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앞세워 민족정신도 강조하고, 관광산업도 육성하길 바랐다. 이 계획에 따라 문화재를 본격적으로 발굴·복원하고 보문호 주변에는 전통풍 관광시설인 보문관광단지를 조성했다. 이번에 APEC 정상회의장을 비롯해 메인 무대가 된 곳이다. 전통과 어우러지는 주거지로서 황남동과 사정동 등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주는 새로운 건축행위를 하기 어려운 도시다. 전통풍 건물 관련 규제가 세다. 콘크리트 건물이라도 지붕에 한식기와를 얹어야 한다. 황리단길이 있는 동네는 1970년대 만들어졌지만, 보존육성지구로 지정되면서 신라 유적과 똑같은 보존 대상이 됐다.
전통을 강조하지만, 보존해야 할 전통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이런 경주의 허허벌판 위에 지난해 한옥 세 채가 지어졌다. 레깅스에 갓을 쓴 듯한 경주의 전통풍 건물들과 다르다. 짓기까지 10년, 세 채 짓는 데 공사비만 70억원을 썼다. 가격을 확 낮춘 한옥부터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한옥까지 모든 실험을 했다. “한옥이 싫다”던 주인장이 파격에 파격을 더해 지었다. 그랬더니 이 집에 입장하기 위해 집 앞은 밤샘 텐트 대기 행렬로 붐빈다. APEC 기간 동안 경주 관광코스에도 포함됐다. 황리단길 인기 못지않은 ‘경주 삼신할배’의 새 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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