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은 희소성이 큰 자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은 연간 3000톤가량 생산되지만 현재 잔여 물량이 약 19만 톤 정도밖에 되지 않아 채굴량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이 있는 고대 신바빌로니아 제국 때의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상승주기가 오기 전 가격 기준으로도 장기 물가 상승률 정도는 제대로 반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
공급량과는 별개로 금 가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물가·경기·달러 가치이다.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달러 가치 하락이 일반적인 금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이런 현상을 초래한 원인에 따라 그 영향도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일견 주가와 금은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여건이 매우 다른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적으로 두 자산의 가격은 동행한다. 실제 과거 장기 가격 흐름을 분석해 보면 주식시장과 금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우선 장기적인 경제 성장, 물가 상승, 유동성 증가가 자산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치가 축적되는 자산이라면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금의 가치는 대부분이 희소성이고 장신구, 산업용 수요 등의 용도는 일부에 불과하다.
주식의 가치는 무엇인가. 주식은 기업 발전의 결과로 생기는 과실이다. 본래 기업이 이익을 꾸준히 내면서 잉여 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자산이 계속 축적되므로 주가는 상승하는 게 정상이다. 여기에 성장성이 더해지거나, 주주에게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을 많이 하면 더욱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다. 우리 증시처럼 이러한 메커니즘이 오랫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기업의 과실이 일반 주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런 메커니즘을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 투자자들이 최근에 한마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전 투자에서 주식을 비롯해 어떤 자산이든 투자 시점에 따라 성과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금처럼 이자나 배당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자산은 특히 그렇지만, 주식 또한 예외는 아니다. 즉, 충분한 가격 매력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바로 지금이 국내 주식 투자자에게는 그런 기회다.
올해 국내 증시는 투자자별 판단 방향이 평소보다 더욱 상반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중 일부는 낮은 가격과 여러 가지 불확실성 해소를 재료로 순매수하지만 다수는 여전히 미국 주식 매수를 위해 국내 주식을 지속해서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반된 투자의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험으로 볼 때 다수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옳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장기적으로 검증된 투자 방향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