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비핵심 자산 매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룹이 장기 보유한 알짜 자산이나 시장 1위 사업체라도 그룹의 핵심 사업과 관련 없거나, 실탄 확보에 유리하다면 과감히 팔겠다는 의지다.
“유동성 문제 없다”
롯데그룹은 27일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 5개사 통합 IR(기업설명회) 행사를 갖고 최근 쇼핑과 호텔의 자산 재평가 결과와 국내·외 총 자산 현황을 공유하며 ‘유동성에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최근 롯데건설의 서울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 추진 소식에 재차 우려가 나오자,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설명 자리를 갖고 재진화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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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보유 자산을 재평가했더니 롯데쇼핑 8조7000억원, 호텔롯데 8조3000억원 등 자산가치 상승분이 반영돼 총 12조6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이뤄졌다. 쇼핑(190%→129%)과 호텔(165%→115%)의 부채 비율도 줄었다. 롯데는 “지난해 말 국내·외 총자산은 183조3000억원, 매출액은 80조1000억원”이라며 “코로나19 이전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라고도 설명했다.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은 6조5000억원이다.
법인·호텔·공장…핵심 아니면 다 판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빈 회장의 연초 주문대로 전 계열사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맞춘 사업 재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렌탈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한 게 시작이다. 렌탈업계 1위이지만, 그룹의 핵심 사업이 아니라면 매각하는 게 낫다고 보고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56.2%)을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달 들어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도 내놨다. 정확한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3개월간 비핵심 사업 매각으로 최소 2조 달하는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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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부동산과 공장 등 자산도 속속 처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자산 가치 5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되는 서울 잠원동 부지를 매각하기 위한 컨설팅에 착수한 상태다. 수도권과 지방에 있는 창고 부지와 사업 토지, 리츠(부동산투자사) 지분 매각도 검토하는데, 최소 약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식음료 계열사들도 자산 매각 중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7일 제빵사업부의 증평공장도 신라명과에 넘기기로 했다. 2006년 9월 준공돼 롯데브랑제리 생산기지였는데, 가동률 저하로 지난해 6월부터 운휴 상태에 있다. 27일 IR 데이에선 매각설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서울 서초동 금싸라기 땅(1만3000평 규모)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롯데 측은 “서울시와 개발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물류센터로 활용되고 있는데,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개발할 경우 예상 평가액만 4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도 자산 재평가와 점포 효율화로 그룹의 효율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31개 점포 중 비효율 점포는 폐점이나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과거의 다점포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6월 마산점을 폐점했고, 현재는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분당과 일산, 상인, 포항, 동래점은 매각 후 재임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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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도 수원영통점을 매각했고 권선점과 미아점 유휴부지 2곳의 처분을 계획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브랜드 중 ‘L7’과 ‘시티’가 매각대상에 올랐다.
롯데의 전방위적인 몸집 줄이기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다. 롯데그룹은 최근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반의 침체를 낳고 있다. 2021년만 해도 1조 53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종 불황으로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8948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3477억원)보다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등에서 나돌던 유동성 위기설이 주식폭락으로 이어진 데도 롯데케미칼 영향이 컸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월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이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 시행한다”며 ‘선택과 집중’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 관계자는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해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하는 것”이라며 “사업군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신성장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