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북콘서트를 앞두고 지인에게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전두환과 윤석열, 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나. 정 작가는 전두환은 폭력 행사형, 윤석열은 사적 이익 추구형 지도자로 표현했을 뿐, 즉답을 피했다.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거나 잡아가두는 폭력 행사형 지도자가 전두환이라는 것이다. 사적 이익 추구형은 공적 의제에 관심 없지만, 공적 의제를 추진한다 해도 사적 이익에 도움 될 때만 밀어붙인다고 정 작가는 답했다. 대통령 윤석열을 이렇게만 보기엔 미흡했던 모양이다. “공사 인식이 없어 뭐든 할 수 있고 아무것도 안할 수 있다”고 정 작가는 한마디 보탰다.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상할 수 없는 지도자가 더 위험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누가 더 나쁜지 가릴 지경까지 이른 전두환과 윤석열은 여러 번 ‘조우’했다. 지난 대선 때 “5·18과 12·12를 빼면 전두환은 정치를 잘했다” 한 윤석열 후보의 말이 그 시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참담한 내란의 조우까지 이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12·3 내란을 겪고 보니 쿠데타, 골목성명, 비상권력기구, 정치인 구금, ‘노상원 수첩’에 비친 집권 연장 그림까지 두 내란의 설계도는 엇비슷하다.
이 와중에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이 등장했다. 전씨는 지난달 17일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교수 모임’ 토론회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을 ‘의병’에 빗대며 “우리는 피 흘릴 각오가 돼 있는가”라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절반 이상 벌겋다”며 헌재를 공격했다.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의 후손이 12·3 내란을 두둔·선동한 것이다. 5·18 단체들은 전씨 발언을 규탄하며 “군사독재 후예가 민주주의를 짓밟는 시도를 용납하면 안 된다”며 검찰 수사와 법적 조치를 촉구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전두환이 물러나고 들어선 6공화국을 다뤘다. 전두환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은 33년을 돌아본 책이다. 정 작가의 성찰처럼 전두환 사면은 최악의 용서였고, 전두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범죄수익환수규제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를 이어 내란 불씨를 지피는 전씨를 보며 ‘어제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 한 알베르 카뮈의 경고를 뼈아프게 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