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미국 팝아트 작가 조엘 메슬러(Joel Mesler)의 국내 첫 개인전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호텔 속 미술관' 면모를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2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리조트 내 전시 공간인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 서울(Kiaf·Frieze Seoul)' 개막에 앞서 마련된 특별 전시로, 메슬러의 신작 회화 19점과 입체 작품 1점 등 세계 최초 공개작을 포함한 총 24점이 전시된다.
대표작으로는 금박 풍선으로 낙원을 형상화한 대형 회화 'Paradise with Blossoms', 3m 크기의 조형물 'Tree of Life', 대형 회화 'Play The Hits' 등이 포함됐다. 전시장 면적은 약 1343㎡(406평) 규모다.

"51년 걸렸다"···작가의 삶과 치유 담은 예술품
1일 프리 오픈 행사에서 조엘 메슬러는 예술에 대한 의지와 어두웠던 삶을 극복하며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여정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항상 작품에 얼마나 걸렸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나는 늘 '51년이 걸렸다'고 답한다. 내가 51세이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20점은 결국 내 인생 전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슬러의 작품에는 개인적 고난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197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메슬러는 심장외과 의사의 아들로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깊은 상처를 겪었다.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했으나 자신의 어둠을 예술로 극복하며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메슬러는 "어린 시절 벽지를 긁다 손톱에 피가 나고, 물이 끊겨 수영장에서 머리를 감아야 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 모든 불행이 예술의 불씨가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난다. 예술은 내 삶을 치유한 수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예술 세계의 근간은 단연 가족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Mom Love Me'라는 깃발, 벽지 패턴, 향기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에서 비롯됐으며 세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에서는 사탕과 롤리팝 모티프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파라다이스에서 전시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엘 메슬러는 "처음 파라다이스시티에 왔을 때 모든 공간이 완벽하다고 느껴, 여기에 걸맞은 최고의 전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파라다이스 자체가 한국의 수출품이 돼 세상에도 파라다이스를 전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arth·Water·Sky··· 세 공간에 담긴 삶의 여정
전시는 조엘 메슬러의 삶을 단계별로 조망하는 'Earth·Water·Sky'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1층 '어스(Earth)' 섹션은 생명의 시작을 상징한다. 3m 높이의 야자수 조형물 'Tree of Life'를 중심으로 ▲Play The Hits ▲You Deserve Great Things ▲The World is Yours 등이 전시됐다. ▲Love ▲Hope ▲Us 등의 단어가 새겨진 깃발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초록 바나나잎 패턴의 벽지는 작가가 실제 어린 시절 살았던 방을 재현했다.
두 번째 공간 '워터(Water)'는 유년 시절 수영장 파티의 기억을 담았다. 파란 벽면과 물결 무늬 벽지, 대형 비치볼이 설치돼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Sunshine Daydream ▲I Love You ▲Pool Party ▲Sunrise Sunset 등 작품을 통해 감정의 흐름이 이어진다. 메슬러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수영장에서 자라났다"고 말했다.
2층 '스카이(Sky)'는 성찰과 깨달음을 주제로 한다. 금박 풍선 회화 'Paradise with Blossoms'를 비롯해 ▲Celebration ▲Joy ▲Love 등 작품이 전시됐다. 관람객은 하늘색 빈백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며 '내면의 파라다이스'를 마주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됐다.
메슬러는 "이번 전시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다음 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파라다이스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블루칩 작가로 위상, 그러나 스스로는 "레드칩"
팝아트 작가로 알려진 메슬러는 트로피컬 패턴과 원색, 유머러스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뉴욕 경매 시장에서 '블루칩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국내 경매에서도 'Sunrise Sunset'이 4억~7억원대로 추정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는 "나는 내 예술을 '레드칩'이라 부른다"며 "작품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 깃발, 사탕, 가족과의 순간 등 삶 전체와 맞닿아 있다. 박물관에 걸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출발점···아트테인먼트 표방
이번 전시는 '프리즈 서울'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의 메인 프로그램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인 파라다이스시티는 해외 컬렉터와 전시 관계자들이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으로, 글로벌 아트 네트워크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매년 프리즈 시즌에 맞춰 대형 전시를 기획해왔다. 2023년에는 세계 최대 경매사 소더비와 함께 '뱅크시 & 키스 해링전'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조시 스펄링 개인전, 지드래곤과 퍼렐 윌리엄스의 협업 아트 옥션, 미국 래퍼 푸샤-T의 공연 등이 화제를 모았다.
최종환 파라다이스시티 대표는 "2017년 동북아 최초 복합리조트로 개장한 이래 '아트테인먼트'를 핵심 콘셉트로 삼아왔다"며 "조엘 메슬러의 전시는 치유와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파라다이스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세계적인 작가뿐 아니라 국내 신진 작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해 한국이 아시아 문화예술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파라다이스시티, 지역사회 후원으로 예술 영역 확장
파라다이스시티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닌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인천 중구민에게는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하며 전시 첫날에는 작가 조엘 메슬러가 계원예술대학교에서 특강을 열고 학생들과 직접 소통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 5월 인천 중구청, 8월에는 인천시교육청과 각각 협약을 맺고 장학금 후원 및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예술은 그룹의 핵심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1979년 학교법인 계원학원을 시작으로, 1989년 문화재단 설립, 2016년 아트랩 페스티벌 출범 등 신진 작가 지원과 창작 생태계 조성에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현재 리조트 전역에는 3000여 점의 예술 작품이 상시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장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연간 2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대표 전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예술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기반"이라며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통해 고객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