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업계에 세라믹 절연(CI) 슬러리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CI 슬러리는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소재로, 전기차 안전성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내년부터 이 소재를 전기차에 활용할 예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SK온은 내년부터 양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CI 슬러리를 도입할 방침이다. 양사 모두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양산 적용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소재를 지난 2022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하고 있어 2026년부터 3사가 CI 슬러리를 사용할 예정이다.
CI 슬러리는 세라믹 기반 단열재로, 열 저항성이 높아 배터리 내부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라믹은 단단하고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인 특징이 있는데, 배터리 극판에 CI 슬러리를 코팅하면 열 폭주 현상을 억제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재 특성에 따라 유기용매(NMP) CI 슬러리와 수계 CI 슬러리 등으로 구분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필수 구성 물질인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분리, 단락(쇼트)을 방지한다. 그러나 고온에서는 분리막이 수축돼 전극 간 단락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CI 슬러리로 추가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불안감이 전기차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완성차 업체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에 CI 슬러리를 활용,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이차전지 설계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은 전기차 배터리에 CI 슬러리가 본격 적용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CI 슬러리 도입이 빨랐던 LG에너지솔루션은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모델 수와 탑재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올해 초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5' 배터리에 CI 슬러리 기술을 첫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동차용에도 본격 탑재할 전망이다.
SK온은 소형 배터리 사업을 하지 않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에 곧바로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CI 슬러리는 적용처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국내에서 CI 슬러리를 양산하는 소재사는 엔켐과 회명산업이다. 배터리 3사의 CI 슬러리 확대 적용으로, 양사의 소재 공급량 확대가 전망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