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수도 워싱턴 D.C.는 2026 월드컵 개최지에서 탈락했나

2025-12-02

2026 북중미월드컵 조주첨이 열리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왜 월드컵 본선 경기는 개최하지 않았을까. 축구 종주국들이 대부분 수도에서 경기를 치러온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3일 “월드컵 유치 경쟁 초기만 해도 D.C.는 유력 후보였다. 2018년 유치 제안 당시 5개 준결승 개최 후보 도시 중 하나였고, 2022년 최종 후보 17곳에도 포함됐다”며 결정적인 변수는 경기장 시설이었다”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미국축구협회 관계자들은 2021년 9월 메릴랜드 랜도버에 위치한 페덱스 필드를 둘러본 뒤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접근성 문제로 이동에만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경기장 내부 시설 역시 월드컵 개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경기장에서는 파이프 파손, 스프링클러 오작동, 난간 붕괴 등 사고가 잇따라 관리 부실 논란도 이어졌다. 당시 워싱턴 커맨더스 구단주였던 댄 스나이더는 시설 개선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에는 MLS 구장인 오디 필드(2만석) 외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경기장이 없어 페덱스 필드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노후화된 경기장 상태와 접근성 문제 때문에 FIFA의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워싱턴은 결국 2022년 4월 인근 볼티모어와 공동 유치안을 구성했다. 경기장은 볼티모어 M&T 뱅크 스타디움에서 개최하고, 팬 페스티벌 등 주요 행사는 D.C.에서 맡는 방식이었다. FIFA가 D.C.의 역할을 원한다는 점을 고려한 타협안이었다. 실제 FIFA 관계자들은 2021년 볼티모어 레이븐스 경기 관람 후 구장 운영과 분위기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두 도시의 물리적 거리, 정치적 조율 문제, 운영 구조의 복잡성이 약점이었다. 결국 합동 유치안은 최종 선택에서 제외됐다.

FIFA는 2022년 6월 미국 내 11개 개최 도시를 발표했다. 뉴욕·LA·달라스·애틀랜타 등 메이저 도시와 함께 보스턴·필라델피아도 포함됐다. 보스턴의 경우 도심과 경기장이 상당히 떨어져 있고 공공예산 논란도 있었지만,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이자 미국 축구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인 로버트 크래프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6 월드컵 북미 유치 과정에서 FIFA와 미국 측을 잇는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반면 워싱턴은 경기장 노후화, 구단주의 비협조, 공동 유치안의 한계 등 복합적 이유로 경쟁에서 밀렸다.

워싱턴은 1994 남자 월드컵과 1999·2003 여자 월드컵 경기 개최 경험이 있고, 프리미어리그 TV 시청률 상위권을 기록하는 대표적 축구 도시다. 그럼에도 FIFA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2026 월드컵 경기 개최지에서 D.C.는 제외됐으며, 수도로서의 존재감은 조추첨 행사 개최 외에는 남지 않게 됐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