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결정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애플로 향하고 있다. BOE의 미국 수출이 제한될 경우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공급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BOE의 반격 카드에도 이목이 쏠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1일 BOE와 7개 자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오는 11월 최종판결로 확정될 경우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이용해 만든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모듈 등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예비판결의 내용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최종판결의 실질적인 여파는 애플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OE의 OLED 패널은 미국에 직수입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주로 중국 내에서 제조된 아이폰 같은 완제품 형태로 수입된다. 따라서 최종 판결이 나더라도 당장 BOE의 OLED가 탑재된 아이폰의 수입이 막히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C 결정을 토대로 향후 BOE 패널을 사용하는 고객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며 “영업비밀을 침해한 부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리스크가 있는 만큼 실제로 BOE를 공급망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BOE를 아이폰 공급망에서 배제할 경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현재 BOE는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16e와 아이폰16, 아이폰16 플러스 등 일반 모델에 탑재되는 OLED 물량 일부를 납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아이폰 물량 중 약 20%를 BOE가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애플이 BOE 비중을 높이면서 가격 협상력을 키워온 만큼 선택지가 줄어들 경우 국내 업체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 시장이 막힌 BOE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내수용 아이폰 물량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폰아레나 등 외신은 ‘아이폰17 프로 BOE OLED 탑재설’을 보도하며 이목을 끌었다. 아이폰 프로·프로맥스 모델에는 제조 기술 난도가 높은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가 탑재되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두 회사만 공급해왔다. BOE는 꾸준히 LTPO 공급망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 17 프로 시리즈에 BOE 패널이 탑재된다면 국내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대 아이폰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단가가 높은 LTPO OLED의 공급망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입장에서는 중국 내 애국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원가 절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손해 볼 것 없는 선택지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