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으로 신문지 지우는 ‘수행 미술가’, 최병소 별세…82세

2025-09-11

볼펜으로 신문지를 지워 검게 만드는 작업을 50년 동안 이어온 미술가 최병소가 세상을 떠났다. 82세.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 직후 초등학교에서 신문 용지에 인쇄한 교과서로 글을 배웠다. 중앙대 서양화과와 계명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미술 운동의 산실이던 1970년대 대구에서 활동, 독창적 조형 언어로 한국 미술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1975년 노점상에서 사들인 천수 다라니경을 들으며 옆에 놓인 신문을 집어 활자를 지운 것이 평생에 걸친 ‘무제’ 시리즈의 시작. 검열이 일상이던 시대, 매일 스스로 지워나간 신문이 평생의 수행이 됐다. 모나미 153 볼펜 혹은 연필로 이미지와 언어를 검게 지운 곳에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구축했다. 오른쪽 검지에 튀어나온 굳은살, 점처럼 박힌 검은 잉크 자국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생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 신문 지우기는 이제 나를 지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성북동우손갤러리에서 연 ‘최병소의 무제’가 마지막 개인전이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류향하 씨와 자녀 최원석ㆍ지안ㆍ윤정 씨, 며느리 강미애 씨, 사위 김성근 씨가 있다. 빈소 대구 영남대학교의료원 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9시 30분, 장지는 효천추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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