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저승사자와 함께하는 호랑이·까치? 실은 틀린 궁합

2025-09-11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건 귀여운 호랑이 더피와 갓을 쓰고 눈이 셋 달린 까치 서씨다. 둘은 보이그룹 사자보이즈 멤버 진우의 반려동물이지만, 호랑이와 까치는 사실 ‘부작화’에 자주 나타난다. 부작화는 부적 같은 기능을 하는 그림이다. 호랑이를 그린 부작화에선 “눈앞의 사악한 귀신을 이로 씹어 없앤다”는 문구가 쓰이기도 한다. 주술의 힘을 빌려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려 했던 부작화의 쓰임새는 사자보이즈와는 조금 어색한 것 같다.

근대 이전 한반도의 미술과 건축에는 생각보다 많은 상징물이 쓰였다. 그림 속 자연물의 배치부터 도성 내 건물의 배치까지 그 이유가 숨어 있다.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종묘가, 서쪽에는 사직단이 위치한다. <예기>는 “인도(人道)가 지향하는 곳에 종묘를 세우는 것은 자식이 그 어버이를 죽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 기록했다. 해가 뜨는 동쪽은 양(陽)의 기운이 서린 곳이자 인도가 지향하는 곳이었다. 건물 기둥에 시구나 문구를 달 때도 남향집 기준 동쪽의 기둥부터 달기 시작했다.

고구려 무용총 내벽의 그림 ‘가무행렬도’는 고인의 생전 장면이 아니라 장례 때 추는 춤을 그린 것이다. 벽화를 그리는 게 장례 행위 중 하나였고, “장례 때는 북을 치고 춤을 추고 악곡을 연주하면서 (망자를) 보낸다”(<수서> 동이열전 ‘고려’(고구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무덤에 당대 값비싼 물건을 함께 묻는 것은 산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저승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이승에 미련을 두고 산 사람을 괴롭힌다는 믿음이 예로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 미술품이나 건축물을 보며 가졌던 의문을 해소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