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소리

2024-10-03

여러 소음 중 전투기 소리는 압도적이다. 사람 간 평소 대화 소리가 50데시벨(dB), 시내 교통 소음이 80dB 정도다. 전투기 이륙 소리는 총소리와 같은 140dB에 달한다. 지난 6월 전남도의회가 측정한 군 공항 인근 소음은 약 128dB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처벌 기준인 85㏈(낮)는 물론 산업보건규칙상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허용되지 않는 115dB도 넘었다.

지난달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대 하늘에서 수차례 전투기 비행음이 크게 울렸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등이 국군의 날 행사에 동원되어서다. 미리 공지됐다지만 갑자기 전투기들이 낮은 고도에서 날며 뿜어내는 소리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는 반응도 꽤 있었다.

소리만큼 위압감도 컸다. 각종 전투기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까지 합류한 국군의 날 에어쇼는 대북 억지력을 과시한 측면이 있다. 반면 지난해에 이어 서울 시내 시가행진까지 겹치면서 차가운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2년 연속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전두환 정권 시절 이후 40년 만이었다. 아예 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때를 제외하고는 5년에 한 번 진행됐었다.

국군 사기 진작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지만 행사 비용을 차라리 초급 간부 처우 개선 등 군인 복지에 활용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 소요 비용은 79억여 원으로 시가행진하지 않던 때보다 약 58억원 많았다. 며칠 간의 전투기 소리, 퍼레이드 및 장비 이동을 위한 당일 서울 시내 30km 도로 통제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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