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승만+박정희…전두환까지?

2024-10-03

10월 1일 오후, 서울에서 회의가 있었다. 서너시쯤 됐을까? 갑자기 들어보지 못한 굉음과 함께 살짝 건물이 흔들리는 거다. 분명 비행기 소리이긴 한데 지금까지 들어왔던 비행기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서울 중심부엔 비행기가 날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뭐지, 하고 창밖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회의 참가자 대부분인 서울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서울시내에선 두어 달 전부터 수시로 이 굉음과 비행하는 전투기 떼를 보아왔다는 거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 전투기 비행 연습이었다나? 서울 시민들도 처음엔 놀라고 무서워서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취임 2년 5개월의 대통령, 그리고 그의 정부가 저지른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역주행에 대한 불안과 우려와 분노를 섞어 이승만+박정희보다 더 하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실정인데 2024년 10월 1일을 기점으로 전두환까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얼마 전 갑작스럽게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데다가 엄청난 예산(80억 원)을 들여 대규모 시가행진을 2년 연속 진행했다. 전두환 정부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군사정권’ 시절을 방불케 한다.

“국내외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강한 국군’으로서 압도적인 국방력을 과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의 날 연설을 통해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에게 ‘힘에 의한 평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 독재로 모자라 군사 독재라도 하겠다는 건가.

언론은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괴물 미사일 현무-5’가 등장했다며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지하 벙커까지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인 ‘현무-5’는 북한 지휘부 제거 등의 작전에 동원되는 공격적인 무기다.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등장했다. 유사시 최단 시간 내 평양에 몰래 침투해 지휘부와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선제 타격무기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하 조선)에 대한 흡수통일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선제타격하겠다며 무력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대해 조선(북)의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허세성 무력 시위 놀음”이라는 평가와 함께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80억 원을 쓰고 군사적 위험만 고조되고 있다.

취임 이래 ‘전쟁 불사’를 주장하고, ‘즉·강·끝’을 외쳐 온 윤석열 정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는커녕 ‘대북 확성기 전면 재개’를 하고, 흡수통일을 부르짖고 있다. 남북 간 최소한의 군사적 위기관리를 위한 소통 채널은 모두 단절됐다.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윤석열 대통령은 제어할 수 없다. 오히려 정권 위기 탈출을 위해 외면하고 나아가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는 일마다 국민을 불안과 위험에 빠트리고 불행하게 한다. 그중 가장 위험하고도 악랄한 것이 전쟁위험 조장이다. 오죽하면 ‘윤석열 정권 퇴진이 평화다’라는 구호까지 나오겠는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 절규가 왜 터져 나오겠는가?

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