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주주환원책에 담긴 조정호 회장만의 '원메리츠'

2024-07-07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계열사 편입 선언 당시 약속했던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주주환원을 표방한 자사주 소각 등 과정을 거쳐 조 회장은 올해 6월 28일 기준 그룹 지분의 51.25%를 보유하게 됐다. 주주환원을 내세워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과거 메리츠그룹의 '원메리츠' 발표 당시 자사주 매입이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의도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현실이 됐다.

메리츠금융은 앞서 2022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손해보험 그룹 편입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이를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지분은 기존 75.8%에서 45.9%까지 줄었다. 자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47%에 그쳐, 시장은 '오너가 금융지주 지배력을 약화시키면서 회사 이익을 위한 중장기적 결정을 했다'며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2023년 회계연도부터 통합될 지주사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연결 기준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 원칙을 밝혔다. 이는 각 사의 최근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주주환원이 철저히 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표면적으로는 지배력이 약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의 방법으로 주주환원을 진행하면서 조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오히려 강해진다는 의미다.

원칙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회사 주식가격이 저평가 됐을 때 주가를 방어하고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으로 주주환원을 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 유통량을 줄이는 것은 주식 가치가 높아지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도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과정을 몇 번만 거치면 조 회장의 지분율은 대폭 올라갈 수 있다.

당시 한 시장 관계자는 "자사주를 사주는 것 자체는 주주 환원이 맞다"라면서도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환원인지 아닌지를 판단 할 수 있지만 (메리츠금융이)지주사가 된 이상 매입과 소각을 하는 것은 지배력 강화 의도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발행 주식 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조 회장의 지분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조 회장의 그룹 지분은 특수관계인 포함 기준 지난해 4월 5일 47.19%에서, 지난해 11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으로 48.33%까지 올랐다. 이어 올해 3월 29일 4000억원 자사주 소각을 거쳐 50.49%까지 뛰었다. 조 회장 개인의 그룹 지배력 역시 50.21%까지 높아졌고, 6월 말에는 51.25%로 확대했다. 지배 구조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지분율이 50% 이상이 되면 완전 자회사가 된 메리츠증권과 화재에 대한 영향력 역시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를테면 '조 회장→메리츠금융→메리츠증권·화재'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자회사들이 상장 폐지되면서 개인 주주의 개입마저 없어진다면 사실상 모든 자회사의 의사결정이 조 회장의 손에 달린 셈이다.

3세 경영승계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하면서 자녀 승계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 조 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높아진 데다 강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충분한 상속·증여세를 마련할 여력도 된다. 실제 조 회장의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48.06%다. 지난해 총 현금배당이 448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조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한편, 메리츠금융은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까지 연결 당기 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고, 2026년부터 내부 투자와 주주환원 수익률을 비교한 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배치 추진 내용이 담긴 '제고 계획'을 승인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가 곧 장기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올리는 기본은 효율적 자본 배치에 있다는 신념이 있다"며 "수년 전부터 공시와 기업설명회 등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설명해 왔기 때문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다른 회사보다 신속하게 실행계획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 지표로 총주주수익률(TSR), 중기 실행 지표로 주주환원율(자사주 매입·소각+배당)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핵심 지표 극대화를 위해 내부투자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수익률, 현금배당 수익률 등 3가지 수익률을 비교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적인 자본 배치 방법을 선택한다.

이같은 자본 배치 메커니즘에 따라 내부 투자 수익률과 주주환원(자사주 매입+배당)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2023∼2025 회계연도(중기) 3개년간은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6년부터는 3가지 수익률 간 순위에 따라 자본 배치 및 주주환원 규모와 내용을 결정하는 적극적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3가지 수익률이 현재와 유사하다면 5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유지, 타 수익률이 높다면 주주환원 규모는 줄어들지만 더 효과적인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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