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칼럼]이재명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2025-11-17

검찰은 해가 지지 않는 권력이었다. 정권은 부침했지만, 검찰은 정권 흥망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기득권 집단이었다. 법의 간판 뒤에서 권력과 거래하는 정치집단이었고, 정세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기회주의자였다.

‘검찰 천하’는 검찰 홀로 이룬 게 아니다. 검찰은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지 못한다. 정치 엘리트들이 검찰을 정치 무대 한가운데로 초대하지 않았다면 검찰은 정치할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검찰은 집권 세력이 검찰을 정치 도구로 삼고, 양당이 상대 정치인 잡아가라고 경쟁적으로 먹잇감을 던져줘서 키운 괴물이다.

일개 공무원 집단을 정치 괴물로 만든 정치 엘리트가 이제 와서 검찰이 정치를 망쳤다며 검찰을 두들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정치검찰은 정치 실패의 실물 증거다. 민주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에 검사들이 집단적 의사 표명을 한 이후 집권 세력은 흥분 상태에서 전례 없는 보복을 벼르고 있다. 검찰은 검찰 해체 결정에도 집단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랬던 검찰이 집단행동한 것은 정부가 항소 포기라는 빈틈을 보인 결과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이 지지받는 것은 검찰을 전리품으로 챙기지 않고, 검찰 해체, 다시 말해 정치권력이 검찰을 통치 도구로 이용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 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검찰에 대한 항소 포기 압력과 보복 추진이 검찰을 권력에 복종하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는 숨은 욕망의 표출이라면, 이재명 정부는 검찰개혁의 훈장을 반납해야 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자신이 항소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냈어도 검찰 수뇌부가 항소하면 될 일이었다고 했다. 가지 말라고 길을 막아놓고서는 왜 나를 밀치고 가지 않았느냐는 것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 누구 잘못인지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모두의 잘못이다. 검찰 수뇌부는 항소하지 않은 책임, 정부는 항소하지 못하게 한 책임이 있다.

법무부는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라서 애초 항소할 필요가 없었다는 논리를 편다. 그와 달리 민주당은 조작 수사, 표적 기소라고 한다. 성공한 수사라면 항소심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피할 까닭이 없다. 조작이 있었다면 항소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서로 모순되는 해명, 눈에 띄는 비논리, 감춰지지 않는 억지 주장, 과도한 감정적 대응은 오직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적 안전보장이다. 그게 아니고는 정부·여당의 불필요해 보이는 위험 감수를 설명할 길이 없다.

집권 세력은 재임 중 이재명 재판 중지에 만족하지 않고 퇴임 후 재판 문제도 해결하려는 것 같다. 법치주의가 살아 있는 한 퇴임 후 재판은 피할 수도, 없는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 일을 시도하겠다면 온갖 무리수와 변칙,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로 인한 소모적 갈등과 대결, 국정 파행, 민심 이반의 값비싼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그 일이 국정 성공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퇴임 후 재판 문제는 시민의 삶과 관련이 없는 권력 엘리트들의 관심사이다. 재임 중 사법 리스크가 사라진 이재명에게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가 국정에 전념해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재명은 결핍·약점을 딛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지도자로서 완전한 도덕성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지도자적 자질을 평가받았기에 집권한 인물이다. 그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를 완전무결한 존재로 만들려 할수록 정부와 그는 위험해진다.

결점을 극복하려는 절실함이 이재명 정부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시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시민이 배심원이 되어 그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국정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재판중지법 추진을 막아 사법 리스크 재점화의 위험을 차단하고, 민주당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적이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판 문제로 무리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요청했으면 한다. 권력을 가졌다고 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느라 정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는 이런 기도문을 썼다.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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