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해 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분야에서 6000억원 넘는 예산을 이례적으로 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소득 수준이 예상보다 높았을 뿐 복지 수준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 재정’에 공개된 자료를 17일 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예산(예비비 지출액, 이월액 포함) 7조5149억원 중 7조3605억원만 쓰고 1544억원은 집행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는 예산현액 8조9377억원 중 8조4376억원만 쓰고 5001억원을 덜 썼다. 두 미집행액을 합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에 6545억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기초생활급여 생계급여 미집행액 연간 추이를 보면, 2020년 4000만원, 2021년 5000만원, 2022년 14억5000만원, 2023년 3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15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미집행액도 2020년 6000만원, 2021년 2000만원, 2022년엔 4000만원이었지만, 2023년 7000억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2024년 미집행액은 5001억원으로 1년 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대다.
정부는 복지 수준을 줄인 게 아니라 예측치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보충급여 성격이라 생계급여 기준에서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만큼을 지급한다”며 “지난해 수급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예산 수준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가구의 실제 소득이 소폭 늘면서 정부의 지원금액이 줄었다는 것이다. 의료급여 미집행 예산의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의료급여 수급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불용이 생긴 것이 보충급여 성격에 따른 것인지, 소득인정액 산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불용이 발생했다고 기초생활수급 관련 예산을 줄이려 할 수 있어 우려되는데, 예산이 확장된 만큼 대상자를 넓히거나 지급액을 늘리는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