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토아 인수설에 '생태계 흔들림' 우려…퀸잇, 재무 여력 충분한가

2025-11-18

라포랩스 실적 기반 인수 추진에 "운영능력·자금력 검증 필요"

매출 700억 vs 3000억…"규모만 4배 차, 무리한 베팅 가능성"

정육각-초록마을 잇는 실패 사례 우려…"체질 다른 기업 간 통합 위험"

SK스토아, 협력사 수백 곳과 직결된 사업 구조…판로 축소 우려까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퀸잇의 SK스토아 인수설이 본격화되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금력·운영 경험이 제한된 플랫폼 기업이 국내 1위 T커머스를 인수할 경우 조직 안정성과 협력사 생태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부터 대규모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오며 비핵심 사업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티맵, 11번가 등 유통·커머스 계열이 연이어 매각 목록에 오른 가운데 SK스토아 역시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다. SK스토아 매각 이후 현재까지 실질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라포랩스가 운영하는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이다.

그러나 퀸잇 자금 조달 논란은 매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퀸잇은 매출 700억원 규모이지만 SK스토아는 매출 3000억원 규모의 국내 1위 T커머스다. 한마디로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격'이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11억원, 영업손실 8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스토아의 매출은 3023억원, 영업이익 81억원으로 집계됐다. 퀸잇의 개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주력 사업인 만큼 시장에서는 라포랩스 실적을 사실상 퀸잇 실적으로 보고 있다. SK스토아의 매출은 퀸잇의 4배 수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퀸잇이 무리한 베팅에 나섰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퀸잇이 SK스토아 인수를 위해 최소 9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본다. 퀸잇은 최근까지 여러 투자처와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투자 유치가 최종 확정됐다는 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

퀸잇 인수설이 돌자 SK스토아 내부 노조 반발은 급격히 커졌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퀸잇의 인수 추진은 조직 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드는 결정"이라며 "구조조정·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 인수 관련 공식 입장 공개와 고용 보호 조항 마련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노조 측에서는 "재무 능력과 경영 경험이 부족한 기업의 인수는 양측 모두에게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실패가 대표적 전례"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2022년 연 매출 약 400억 원 수준의 새벽배송 스타트업 정육각이 매출 2000억 원대의 친환경 유기농 전문업체 초록마을을 인수했지만 경영 부담이 급격히 커져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정육각 인수 당시 언급된 '시너지'는 정작 인수 후 통합 비용과 인력 조정 문제에 직면하면서 좌절됐고, 결국 양사 모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SK스토아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거치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라는 점도 문제다. SK스토아는 실제 데이터커머스 1위 기업으로, 다수의 중소기업 제품 판매와 유통 구조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인수 이후 경영 전략 변화가 직접적으로 협력사 수익성과 생존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통 생태계에서 홈쇼핑은 제조사들과의 거래 기반인 '판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플랫폼 중심의 스타트업이 인수할 경우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공급망·편성 구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정육각-초록마을 사례는 단순히 스타트업이 전통 유통 채널을 인수했을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사업 체질이 다른 회사 간 통합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SK스토아는 중소 협력사 수백 곳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수 구조는 단순한 고용 문제를 넘어 파트너사들의 매출 타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양 대표의 거취까지도 매각 협상 흐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기업 매각 시 기존 경영진이 교체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2주 전 있었던 SK그룹 인사에서 유임됐지만 매각을 앞둔 현재로선 대표직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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