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터면 스윕패 위기에 빠질 뻔했던 팀을 위기에서 구한 건 오명진(24·두산)의 ‘한 방’이었다.
두산 오명진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6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회 데뷔 첫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며 팀의 13-4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맞선 4회말 두산은 선두타자 김인태의 볼넷, 제이크 케이브의 우전 안타로 득점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양석환이 3루수 직선타로 잡혔으나 주자는 제 자리에 남아있었다. 롯데는 투수를 박진에서 송재영으로 바꾸며 위기에서 벗어나려했다. 그러나 김재환까지 볼넷으로 나가면서 만루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때 오명진이 타석에 나섰다. 오명진은 주저하지 않고 송재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타구는 멀리 뻗어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의 그랜드슬램이었다. KBO리그 역대 19번째 데뷔 첫 만루포이자 두산 구단 세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 됐다.
이 홈런으로 순식간에 4-0으로 성큼 앞선 두산은 김기연의 1타점 2루타, 정수빈의 좌전 적시타까지 추가로 나와 6-0으로 리드를 잡았다.
오명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롯데가 5회초 3점을 뽑아내 6-3으로 쫓긴 5회말 1사 2루에서 오명진은 우중간 2루타를 쳤다. 그리고 박준영의 2타점 2루타 때 홈인했다. 7회에도 2타점 2루타를 쳐 11-4에서 13-4로 점수차를 더 벌렸다. 25~26일 경기를 모두 내줬던 두산은 이날 13안타로 13득점을 뽑아내며 싹쓸이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오명진의 이날 성적은 4타수 3안타 1홈런 2볼넷 6타점 2득점이었다.
세광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5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명진은 지난 시즌까지 1군 통산 9경기를 뛴게 다였다. 안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타격에 대한 자질은 인정받았으나 수비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오명진은 수비 연습에 매진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의 성과가 나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타율 0.407을 기록하며 주전 2루수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3월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4월 2일 키움전에서 1군 무대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고 11일에는 2군행 통보를 받아 전력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2군에서 절치부심한 오명진은 지난 23일 다시 1군으로 돌아왔고 복귀날 키움을 상대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면서 제 기량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두 차례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조금씩 더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되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명진은 믿음을 만루 홈런으로 보답했다.
경기 후 오명진은 “맞자마자 홈런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감독님도 믿어주시고, 박석민 타격 코치님이 ‘슬라이더를 노려보라’고 말해주셔서 쳤다”고 말했다.
그간 2군에서 고생했던 시간들도 스쳐지나갔다. 오명진은 “2군에서 참 열심히 했었다”라며 “나도 아직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나처럼 2군에서 열심히 하면 1군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날은 1년에 몇 번 없을 것”이라며 “매일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