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중국 저장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2025(Michelin Passion Experience 2025, 이하 MPE2025) 행사가 열렸다.
그 동안의 MPE2025는 보통 특별한 드라이빙 코스, 또는 서킷에서의 미쉐린 타이어가 장착된 고성능 차량 등을 시승하는 것이었지만 올해는 독특하게 ‘내구 레이스’ 포맷을 도입했다. ‘경쟁’의 내구 레이스라는 포맷을 듣고 다소 걱정되었지만 팀원들의 이름을 듣고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 이번 MPE2025에 나선 한국팀에는 필자를 포함해 현대 N 페스티벌 N1 클래스에 출전하는 강병휘 선수(스테이션.B)와 모터트렌드의 주영삼 기자, 모터리언의 박기돈 편집장, 그리고 유튜버 89브로스가 함께했다. 충분히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멤버 구성이라 생각됐다.
물론 MPE2025 행사는 레이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경쟁보다는 미쉐린 타이어의 매력을 느끼고 내구 레이스의 즐거움을 깨닫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진짜 레이스카는 물론이고 우수한 서킷, 그리고 자동차 마니아가 모이는 곳에 ‘경쟁’이 완전히 배제되는 건 분명 어불성설일 것이다.
참고로 미쉐린 타이어는 모터스포츠의 오랜 파트너로,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물론 FIA WEC의 오피셜 타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행사에 앞서 아시아 퍼시픽 총괄 편집장은 영상을 통해 모터스포츠의 즐거움, 내구 레이스의 가치 등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저장 서킷·레이스카와 첫 만남
오전에는 레이싱 슈트를 입고 안전 교육을 받은 뒤, 레이스카인 아반떼 N1 컵카에 올랐다.
아반떼 N1 컵 카는 국내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현대 N 페스티벌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에서 펼쳐지는 N 컵 레이스카를 직접 주행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N1 컵카는 완성도와 퍼포먼스가 뛰어나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TCR에 버금가는 우수한 레이스카로 평가받는다.
다행히 팀에는 몇 년 동안 꾸준히 N1 클래스 출전 선수인 강병휘 선수가 있었기에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 팀원들 모두 ‘즐기는 모습’은 없이 높은 집중력의 연습과 강병휘 선수의 코멘트들 들으며 ‘레이스카와 서킷 적응’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경쟁 요소’는 충분했다. 실제 경쟁팀인 호주와 중국 팀에는 TCR 선수들이 참가했고, 특히 호주 팀에는 TCR 챔피언 선수가 함께해 경쟁의 열기가 더해졌다. 참가자들은 주행 스타일을 확인하고, 내구 레이스 작전을 짜며 실제 레이싱 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팀의 감독을 담당한 ‘케이’는 “이렇게 경쟁 열기를 기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행사는 타이어의 퍼포먼스, 그리고 내구 레이스의 매력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뜨거워진는 분위기를 억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모두 ‘경쟁을 위한 투지’가 가득했었다.
덧붙여 연습 세션에서 ‘아반떼 N1 컵 카’의 완성도, 그리고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안정적이면서도 조종성이 좋은 레이스카는 물론이고 완성도 높고 부드러운 질감의 타이어가 주는 매력은 팀원들 모두의 만족감을 자아낼 정도였다.
참고로 연습 주행 사이에는 레이싱 드라이버들의 ‘반사 신경’ 등을 훈련하는 ‘바탁 챌린지’는 물론이고 곳곳에 마련된 QR 코드를 통한 퀴즈 이벤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함께했다. 이후 오후의 내구 레이스를 위한 ‘전략’ 수립에 열을 올리며 ‘결전’을 준비했다.
이때에도 전략 수립에 함께 한 케이 감독은 ‘너무 열정적이다’라며 자제를 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팀원들의 열정을 수용하듯 섬세하고 정교하게 전략 수립을 도왔다. 그렇게 팀원들 모두가 ‘하나된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승리를 향한 내구 레이스
점심 식사 후, 내구 레이스가 시작됐다. 장시간의 주행과 덥고 습한 날씨에서의 내구 레이스는 분명 부담스럽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가 ‘대충 경험하고 돌아가자’는 생각이 없었다.
팀의 전략은 강병휘 선수가 스타트 드라이버로 초반 순위를 끌어 올리고 네 명의 ‘균등한 페이스’로 우위를 이어가며 레이스를 이끌자는 것이었다. 5초 가량의 간격을 두고 출발한 스타트, 그리고 네 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한 강병휘 선수는 정말 폭발적인 페이스를 앞세우며 빠르게 추격했다.
이에 10랩 무렵에는 1위로 달리고 있던 중국 팀에 바로 붙어 추월을 엿보았다. 이 때 케이 감독과 ‘오버컷’을 통해 1위로 피트 스톱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무전’ 불량으로 결국 11랩을 주행하고 중국 팀과 함께 피트 스톱을 하며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어 다음은 89브로스가 주행을 하고, 첫 급유를 마친 후 모터트렌드의 주영삼 기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두 사람 모두 연습 때보다 훨씬 좋은 레이스를 보여줘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게다가 한국 팀 모두 ‘균등한 기록’을 유지한 탓에 1위 경쟁에 이점을 보여줬다.
그래서 그럴까? 어느새 케이 감독까지 ‘경쟁의 의지’가 뜨겁게 타올랐다. 실제 주영삼 기자를 ‘오버컷’을 결정하며 ‘우위’를 점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다들 ‘당초 예정했던 기록’보다 훨씬 빠른 주행을 한 탓에 경기 후반의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주영삼 기자에 이어 레이스카에 오른 모터리언 박기돈 편집장 역시 빠른 랩타임을 앞세우며 ‘1위 경쟁의 우위’를 확실히 이어갔다.하지만 내구 레이스는 역시 ‘다양한 변수’로 인해 그 전개를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현실’ 역시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얄비운 비, 그리고 ‘적기의 연속’
박기돈 편집장이 스티어링 휠을 잡은 후 몇 랩이 지나지 않아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대회 상 레이스 종료 또는 중단 전에 5명의 팀원이 모두 타야 했기에 박기돈 편집장을 복귀시키고 필자가 들어갔다.
주영삼 기자가 주행을 시작할 때 급유를 하고, 약 15랩 가량이 지난 상태였지만 ‘급유’를 하기엔 다소 이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유 게이지 역시 1/3 정도 뿐이라 주행 텀이 짧아질 수 있어 ‘순위’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강병휘 선수와 ‘페이스’ 조절로 결정하고 주행을 시작했다.
필자가 주행을 시작할 때에는 이미 노면이 모두 젖은 상태였다. 물이 흐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100% 공격적인 주행을 하기엔 부담이 컸다. 실제 앞서 달리던 차량이 크게 휘청이며 큰 사고로 이어질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무전’ 상태가 양호해 강병휘 선수와 지속적인 무전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빗방울이 살짝 줄어든 순간, 페이스를 높였다. 노면은 젖었지만 이미 ‘맑은 날’ 연습에서 기록했던 랩 타임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었고, 아반떼 N1 컵 카는 물론이고 ‘타이어’에 대한 확신까지 이어져 여유가 생겼다. 다만 ‘연료의 잔량’이 계속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이후 ‘주유 경고’가 뜰 때까지 효율적인 주행 관리를 하며 주행을 이어갔고, 그 틈을 타 앞서 달리던 아반떼 N1 컵 카의 코너 안쪽을 파고 들며 추월에 성공한 이후 간격 조절을 하고 피트로 복귀해 89브로스에게 다시 스티어링 휠을 넘겼다.
급유 후 코스로 진입한 89브로스는 더욱 굵은 빗방울을 마주해야했다. 강병휘 선수와 함께 ‘페이스 관리’를 요청했고 89브로스는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주행을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강병휘 선수와 ‘진짜 내구 레이스에 나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적기가 발령되어 89브로스는 피트로 복귀했고, 한참의 시간 후 재개가 되어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89브로스에 이어 주행 랩 수가 적었던 박기돈 편집장이 다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며 젖은 노면에서의 주행을 펼쳤다. 그리고 역시 안정적인 모습으로 레이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레이스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적기 상황으로 종료됐다.중단 시점에 우리 팀은 53랩, 1위였던 중국 팀은 54랩을 주행했다. 중국 팀의 전략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레이스가 진행했다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우리는 이때 깨달았다. 레이스는 많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가장 가까운 팀이 우승한다는 것을. 당초 68랩을 목표로 내세웠던 우리와 중국팀, 그리고 66랩을 목표로 했던 호주 팀은 모두 중단 순간 순위권에서 벗어났고, 오히려 하위권에 있던 팀이 순위에 올랐다.
미쉐린의 ‘열정’을 느끼다
레이스는 끝났지만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마른 노면은 물론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타이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쉬지 않고 53랩을 달렸는데도 레이스카 컨디션이 매우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아반떼 N1 컵 카’에 대한 만족감, 기대감 등이 한껏 높아지기도 했다.
아쉽게도 목표했던 1등은 하지 못했다. 케이 감독도 “너무 좋았는데 아쉽다”며 아쉬워했다. 처음에는 ‘그저 경험일 뿐’이라던 그가 막상 내구 레이스가 시작되는 순간 드라이버 교체 및 피스 스톱 전략에 집중해 팀 모두가 열정적으로 레이스에 임할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순간이었다.
이번 MPE2025, 즉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는 단순한 시승 행사가 아닌, 높은 집중력과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였다. 내구 레이스만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 급유와 피트 스톱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MPE에 패션(Passion)이라는 단어가 왜 붙었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만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