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후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3.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재계·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것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지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대신 반도체특별법 등 여당과 합의하지 못한 다른 법안들은 이날 처리를 보류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몸을 낮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던 반도체특별법, 은행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물론 김건희 상설 특검법(특별검사법안) 등도 미루고 상법 개정안 처리에만 집중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입법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법안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경우 자칫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입법 폭주'한다는 이미지만 더 강화시킬 수 있어서다. 대신 개인 투자자 등 지지층이 확실한 상법 개정안 처리에만 초점을 맞춰 이들의 표심을 '핀셋 공략'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됐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법안 표결 전 토론에 나서 "탈출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돌려세울 방법은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이고 첫걸음이 바로 이 상법 개정안"이라며 상법 개정 정당성에 힘을 실었다. 같은 당 오기형 의원도 "(상법 개정안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 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기로 판단한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 반발이 크더라도 국내 1500만명의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상장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120곳(40.0%)이 최근 1년간 주주들로부터 '주주 관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주주관여의 주체로는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라고 답한 기업이 90.9%(복수 응답)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소액투자자 수만 우리나라에서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입장을 선회한 것 역시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민주당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이슈이자 국민의힘이 설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려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3.13. [email protected] /사진=조성우
민주당은 이날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대신 반도체특별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미뤘다.
이에 대해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오늘 헌법재판소의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소추에 대한 기각 결정도 있었고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입법 등에서) 무리한다는 이미지도 상당히 있다"며 "민주당에게 지금 중요한건 대통령 탄핵을 끌어내는 것이고 그 외의 이슈에서는 중도 민심을 잡거나 수권 능력을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민심을 살피며 예고했던 법안들의 처리를 미뤘을 뿐, 다음 본회의에서는 입법 절차를 다시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 조기 대선이 가시화할 경우 민심의 향방 등은 변수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지정이 보류된 세 법안의 처리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야당 간 조율을 거친 뒤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상일 평론가는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날 경우 민주당은) 집권을 생각하게 될 것인데 (대선 국면에서는 통상 정당들이) 중도층,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보니 (중도층 겨냥 법안이 아니라면) 굳이 강행 처리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병천 소장 역시 "대선 국면에서 유권자들에게 (수권 능력 등을) 어필할 여지가 있다면 할 것"이라며 "중요한 건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