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도 빌려드립니다" K-관광, 틈새 파고든다

2024-12-20

확실한 틈새를 노리니, 마케팅 없이도 공간이 5천 개 모였어요.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지원센터가 지원하는 블루웨일컴퍼니 오상혁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버려진 유휴공간의 가치에 주목, 자투리 공간 임대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공간을 빌릴 수 있는 '럭스테이'와 '유후'를 론칭했죠. 블루웨일컴퍼니는 팁스(TIPS)에도 선정되며 고정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간 사업의 구조를 깬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블루웨일컴퍼니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관광기업지원센터의 공이 컸습니다. 관광 중소기업에게 입주 공간, 상시 컨설팅, 네트워킹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죠. 관광객의 니즈가 다양해진 만큼, 관광기업들이 파고드는 틈새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관광기업지원센터가 주목한 3개 기업을 소개합니다. 과연 어떤 전략으로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이끌고 있을까요?

1. 블루웨일컴퍼니: 1평도 빌려드립니다' BM이 된 자투리 공간

Q. 유휴 공간 사업은 국내 최초라고요.

자투리 공간과 그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요. 검색만으로 필요한 공간을 찾고 빌릴 수 있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게요.

다른 영역은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공간 사업은 여전히 정적이거든요.

Q. '정적이다' 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요즘 모든 영역이 '언제, 어디서나'가 가능해지고 있어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배달 어플로 언제, 어디서나 시킬 수 있죠. 보고 싶은 콘텐츠는 OTT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고요.

그런데 공간은 그게 안 돼요. 부동산은 주거, 상업 공간만 다뤄요.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찾아볼 곳도 마땅치 않아요. 나는 1평이면 충분한데, 한두 달만 쓰면 되는데. 그런 작은 공간은 없어요. 연 단위로만 계약이 가능하고요.

건물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남는 공간은 있는데 공실 증가나 임대료 때문에 고민이었죠.

이렇게 공간 사업은 여전히 고정돼 있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걸 깨고 싶었어요. 공간을 유연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버려지는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거예요.

Q. 그래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었나요?

'럭스테이'는 짐을 맡기고 싶은 사람들과 상점 내 자투리 공간을 이어줘요. 슈퍼, 네일샵, 안경점, 와인샵 등 다양한 공간의 유휴 공간에 짐을 맡길 수 있어요. 주요 타깃은 외국인 관광객이에요. 에어비앤비는 여행 후에 짐을 맡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호텔은 짐 맡기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내 동선과 상관 없이 다시 멀리 있는 호텔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유후'는 1-6개월 정도 짧은 기간 동안 작은 자투리 공간을 내 것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연결해요. 현재 등록된 공간을 보면 상점뿐 아니라 일반 회사나 가정 집도 많아요. 회사 창고가, 집 옷방이 비는데 이곳에 짐을 보관해줄 수 있단 거죠.

Q. '자투리 공간'에는 어떻게 처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창업 전에 LG전자에서 일했어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발자로 7년, 기술전략기획팀에서 7년.

전략기획팀에 있을 때 자동차 연구소를 맡으면서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분석했어요. 그때 공유 모빌리티 시장을 들여다보니, 공간 수요가 늘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자율주행차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건 공유 차량 시대거든요. 차를 몰다 반납하고, 또 다른 곳에서 가서 빌리고. 공유 킥보드나 자전거도 마찬가지죠. 모빌리티가 발달하면 거점 공간의 중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어요.

내 사업을 하고 싶단 생각은 꽤 오래 했고요. 공간을 아이템으로 풀어볼 방법이 없을까 하던 중 '이거다'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제가 자전거 여행, 스쿠버 다이빙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는데요. 국내든, 해외든 장비를 계속 들고 다니는 게 영 불편하더라고요.

자전거로 달려 보성 녹차밭에 갔다가, 자전거 좀 두고 걸어서 올라갔다 오고 싶고. 그럴 때 있잖아요. 고민을 하다 주변 상점에서 뭘 하면서 부탁했죠. "혹시 돈을 좀 더 드릴 테니 자전거를 잠시 맡길 수 있을까요?" 그러다 유레카의 순간이 온 거죠. 이 구조를 서비스화하면 어떨까?

Q. 반응은 바로 왔나요?

빠르게 공간 5천 개를 모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5천 개가 모였죠. 별다른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거든요. SNS에 광고 돌린 게 전부예요. 버려진 공간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남는 공간만 있으면 럭스테이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광고만 보고도 공간들이 우후죽순 등록하더라고요. 공간이 확보되니 고객은 자연스레 왔고요.

빠르게 궤도에 오르는 것 같았어요. 한 달에 공간 등록만 3, 400건씩 올라오거든요.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변수를 만난 거죠.

Q. 뭐였나요?

6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여행객 발길이 뚝 끊겼죠. 플랫폼에 등록한 상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어요. 팬데믹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다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기회가 되더라고요.

Q. 어떤 기회요?

고객들이 먼저 연락이 오는 거예요. 등록된 가게들을 다르게 활용할 수 없냐고요. ... (중략)

2. 디어먼데이: 실무에서 발견한 빈 틈, 내 사업으로

Q. 어떻게 워케이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했나요?

스타트업 제너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팀을 이뤄 아이템을 구상하고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부동산 전문가, 기업 오피스 구축 경험이 있는 분, 그리고 호텔관광업과 인사 직무 경험을 가진 제가 만났어요.

우리의 전문성과 경험을 완벽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이 뭘까? 그때 워케이션이 떠올랐어요. 호텔에 사무 공간을 만들어 기업 대상 워케이션 서비스를 해보자. 제가 창업 전에 롯데호텔 호텔리어로, 그리고 현대백화점 인사담당자로 일했거든요. 각 조직에서 일하며 느낀 페인포인트를 잘 녹이면 괜찮은 BM이 될 것 같았어요. 호텔과 백화점, 양쪽의 경험을 반씩 섞어 창업의 발판으로 삼은 거죠.

Q. 페인포인트가 무엇이었나요?

일단 기업 입장을 생각해볼게요. 제가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 기획하며 느낀 어려움은 4가지였어요.

① 제대로 일할 공간이 없다.

② 숙소와 오피스의 거리가 너무 멀다.

③ 주변에 맛집, 관광지 등 충분한 인프라가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④ 계약부터 예약, 정산까지 업체별로 일일이 해야 한다.

이 페인포인트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숙박 시설에 사무 공간을 만들었고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좋은 사무 기기로 공간을 채웠습니다. 주변에 충분한 관광 시설이나 휴양 인프라가 있는지 중요하게 검토했어요.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니까요. 그리고 워케이션 전용 예약 시스템과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저희와 한 번만 계약하면 전국 지점을 편히 예약할 수 있게요.

일단 이렇게 설계된 모델을 바탕으로 통영에 파일럿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고, 덕분에 투자도 받고 법인도 설립했어요.

Q. 호텔은요?

호텔을 설득하기 위해 호텔이 겪는 어려움을 3가지로 정리했어요.

① 증가하는 예약 플랫폼 수수료

② 평일 비수기

③ 블랙 컨슈머

이 셋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스토리텔링을 했습니다. 첫째, 호텔의 여유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업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 호텔 객실과 묶어 직접 판매하는 하나의 영업 채널이 될 수 있다. 둘째, 워케이션은 휴가 시즌과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평일 비수기 고객을 잡을 수 있다. 셋째, 기업 고객은 단체 고객이 많으며, 블랙 컨슈머가 현저히 적다, 좋은 고객들을 많이 유치해오겠다.

물론 처음엔 쉽지만은 않았어요. 렌트카 하나 빌려서 3달 동안 전국 숙소를 돌며 명함을 뿌렸어요. 잡상인 취급도 받고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죠. 한 명이 불안해하면 두 명이 위로해주고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Q. 첫 계약한 곳, 기억나나요?

너무 나죠. 연락 오는 곳이 없어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제안을 보냈던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미팅을 해보고 싶다고요. ... (중략)

3. 굿메이트트래블: 독보적 경쟁력? 가격 아닌 사람

Q. 커리어 시작이 27개국 배낭여행이라고요.

전역하고 6개월간 막노동을 해 번 돈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걸 시작으로 4년간 27개국을 여행했어요. 다양한 생존의 경험을 했죠. 일을 하고, 은행 계좌를 열고, 휴대폰을 만들고, 친구를 사귀고…. 그게 일종의 성취감이자 자신감이 되더라고요. 여행을 매력을 알아버렸고, 한국에 돌아와 관련 기업에서 일을 시작했죠.

Q. 일로 하는 건 또 다를 수 있을 텐데(웃음).

맞아요. 얼마 못 가 답답해졌어요. 하고 싶은 걸 좀 더 주도적으로 펼치고 싶은데. 그때 눈에 띈 게 에어비앤비 체험이에요. 퇴근하고 저녁 시간을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았죠.

시장투어를 해보기로 했어요. 전통 시장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맛 보고, 상인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요. 뭔가를 꼭 보고 해야 하는 투어보다, 새로 사귄 외국인 친구와 노는 것 같은 편안한 경험을 주기에 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가 좋아하는 여행이기도 했고요.

첫 투어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너무 재밌었어요. 게다가, 돈도 될 것 같았어요. 페이가 인당 5만원이었으니 10만원, 플랫폼 수수료 20%를 떼고 내가 쓴 돈 4만원을 빼도 4만원이 남네. 시급 2만원이잖아, 괜찮은데?

후기가 쌓이면서 예약이 쏟아졌어요. 시간이 없어서 예약을 못 받을 지경에 이르렀죠. 가격을 조금 올리고,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과 코스를 만들었어요. 5점짜리 리뷰가 계속 늘면서 3달이 지나니 월급의 3배 이상 수익이 생겼어요. 퇴사를 해도 괜찮겠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Q. 본업이 된 거군요?

그렇죠. 본격적으로 시장 투어를 확대해갔어요. 2000개가 넘는 후기가 달렸고, 평점은 5점에 수렴했어요. 2020년 2월 에어비앤비가 전 세계 호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크쇼에 아시아 최초로 초청받기도 했죠.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는데, 변수가 등장했죠.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잡힌 예약이 다 취소됐어요.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이것저것 기웃거렸어요. 그때 가까운 지인이 틱톡을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콘텐츠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 소구될 만한 한국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운 좋게 반응이 뜨거웠어요. 줌으로 한국어 수업을 열어달라는 요청이 밀려들어왔고, 그렇게 한국어 수업도 했죠.

그때 일종의 커뮤니티가 생겼어요. 제 콘텐츠를 매개로요. 2021년 굿메이트트래블을 만들었고, 8박9일 패키지를 시작했어요.

Q. 만드는 콘텐츠마다 사랑받은 것 같아요. 비결이 뭘까요?

그런 건 없어요. 오롯이 사람과 연결에 집중할 뿐이에요. 나라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니까요. 기존의 여행사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요. 기념품을 판매해서 부가 수익을 얻기도 하고요. 하지만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걸 제공하고, 그걸로 사람을 연결하는 것. 그게 저희가 발견한 여행업의 빈 틈이자, 저희만의 독보적 경쟁력이에요. … (중략)

관광기업지원센터 "K-관광 성장, 기업 지원으로 힘 보태"

Q. 이 3개 기업은 어떻게 선정됐나요?

2024년엔 '디지털 마케팅 부스트업'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저희가 지원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핵심 타깃 등을 분석해서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한 거죠. 6월부터 11월까지 10개 입주사를 선발하고, 디지털 마케팅 KPI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왔어요.그중 두드러지게 높은 성과를 보인 곳들이 블루웨일컴퍼니, 디어먼데이, 굿메이트트래블입니다.

Q. 이런 기업들을 어떻게 발굴하나요?

일단 창업 7년 미만의 관광 중소기업이어야 하고요. 사업 수행 계획서를 보고 아래 3가지를 살펴요.

① 아이템이 창의적인가

② 사업 성장을 위한 구체적 차별화 전략이 있는가

③ 지속가능한 성장가능성이 있는가

당장의 기업 규모나 매출보다는, 관광 분야에 얼마나 진심인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죠.

Q.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첫째, 입주 공간을 제공해요. 저희 센터 7층부터 10층에 33개의 독립 사무 공간을 최대 2년까지 지원해요. 연 1회 입주 공모를 열어 신청을 받고 있죠.

둘째, 맞춤형 상담 서비스인데요. 창업, 인사노무, 세무, 법률, 홍보마케팅, 정부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요.

셋째,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있어요. 비즈니스 모델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BM 진단부터 마케팅, 투자 유치 등 기업별 성장 전략을 분석해주고요. IR 피칭, VC와의 비즈니스 밋업, 데모데이 개최 등으로 실질적인 투자 유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도와요.

넷째, 기업의 니즈에 따른 테마 교육. 최근 관광산업에서 핫한 트렌드에 대한 강연부터 경영에 필요한 인사나 노무, 그리고 입주 기업 간 네트워킹이나 연말 성과공유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새로운 협업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죠.

Q. 관광기업 지원에 이렇게 열심인 이유가 있나요?

K-콘텐츠, K-푸드 등의 인기로 관광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관광객의 니즈가 다양해진 만큼, 관광기업들의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고요. '관광'이라고 하면 여행사, 숙박 같은 분야만 생각날 수 있는데요. 관광과 관련된 다양한 틈새를 파고든 비즈니스가 많아요. 위 3개 기업도 그렇죠.

그런데 여전히 창업에 필요한 정보나 교육은 부족해요. 인프라가 열악한 곳도 많고요. 정보, 사무 공간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맘껏 도전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기업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이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도 엿볼 수 있을 것 같았고요.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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