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썼더니, 응급실 퇴실기록 30초만에 뚝딱…“퀄리티도 뛰어나”

2025-12-04

의사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치료한 뒤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퇴실기록지를 대신 써주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응급실 의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은 줄어들고, 그만큼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의대 김지훈 응급의학교실 교수와 유승찬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응급실 퇴실 기록을 작성해주는 AI 모델 '와이낫(Y-Knot)'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가 환자 치료 후 퇴실기록지라고도 불리는 응급환자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엔 환자의 내원 사유부터 검사 결과, 처치 내역, 경과, 전원 여부, 퇴실 결정 사유 등 진료 전체 과정에 대한 기록이 담겨야 한다. 환자 안전 관리와 진료 연속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끊임 없이 밀려드는 응급 환자를 신속히 치료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의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응급환자진료기록부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AI 모델이 기록부 초안을 작성해주면 의사는 검토 수준의 확인만 하면 된다. 기존에도 LLM을 활용한 AI 모델이 있었으나 응급실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 상태 등 민감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AI 모델은 ‘온사이트(on-site) 대규모 언어 모델’과 ‘경량 트랜스포머 모델(Llama3-8B)’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 없이 응급실 내부망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연구진이 AI 모델을 국내 2400병상 규모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6명에게 사용하게 한 결과, 응급환자진료기록부 작성 시간이 50% 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들이 직접 기록부를 작성했을 때는 평균 69.5초의 시간이 걸렸으나 AI 모델을 이용하자 절반 수준인 32.0초로 감소했다.

AI 모델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록지는 품질 면에서도 의사의 수기 작성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이 AI 모델을 이용해 만든 기록지와 수기로 작성한 기록지를 응급의학과 의사 3인에게 무작위로 보게 한 다음 완전성/정확성/간결성/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 기록지를 평가하게 한 결과, 4가지 측면 모두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기록지를 더 우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훈 교수는 "AI 모델을 활용한 응급환자진료기록지 작성이 속도와 품질면에서 기존의 수기 작성보다 훨씬 우수하게 나타났다"며 "내부망 사용으로 환자 정보에 대한 안전성까지 갖춰 환자를 진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찬 교수는 “현재 계속해서 보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전문의의 최종 검토는 필수적”이라면서도 “응급의학과 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에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AM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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