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역대급 순익 낸 4대금융 하반기엔 '먹구름’

2025-08-07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하반기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권를 향한 '이자장사' 공개 비판 이후 상생금융 압박이 커진 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조3456억원)보다 10.5%(9798억원) 증가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개선이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이들 금융그룹이 상반기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0조8106억원) 대비 1.4%(2818억원)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7조2122억원으로, 작년(6조7269억원) 대비 7.2%(4853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당부채 적립 영향이 소멸된 데다 금리·환율 하락으로 유가증권 및 파생손익 수익이 개선되며 비자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도 하반기 실적은 불투명하다.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당초 계획의 절반가량으로 축소되면서 은행의 이자이익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줄어든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마저 중단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자놀이' 경고 이후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확대 압박도 전방위적으로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의 질타 후 나흘 만에 금융당국이 주재한 금융권 긴급간담회에서 금융권은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10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적극 협력하기로 하고, 소상공인 금융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당장 은행권은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배드뱅크) 프로그램에 나서야 한다. 총 재원 8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다른 금융사들과 함께 출연해야 한다. 재원 분담 비율을 놓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배드뱅크가 매입하려는 연체채권 대부분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약 90%를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는 세 부담도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내년부터 수익금액 1조원을 초과하는 금융·보험사에 현재보다 두 배 높은 1.0%의 교육세 세율을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세율 1.0%를 적용받는 금융·보험사 수는 약 60개로, 이번 교육세율 이상에 따라 1조3000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교육세 인상 개편안은 사실상 은행권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은행의 예대마진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문제삼아 온 만큼, 이번 개편안에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선 은행의 과도한 공익성 추구는 자금배분의 비효율화와 은행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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