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사가 제3보험에서 손해보험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손보사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3보험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전체 수입보험료(매출)까지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다룰 수 있는 보험으로 질병·상해·어린이·건강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생보사 제3보험(사망외 보장성) 초회보험료는 4233억원으로 전년 동기(2313억원) 대비 83% 급증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사가 가입자와 계약체결 후 처음 거둬들인 보험료로, 보험사 영업지표로 활용된다.
같은 기간 손보사 장기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운전자, 재물 제외)는 4088억원으로 작년 5월(3885억원)보다 약 200억원 증가했지만, 생보사 초회를 밑돌았다.
지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들이 제3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한 결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생보사 효자상품인 종신·저축성보험이 IFRS17에선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대부분 회사가 체질 개선에 나선 상태다.
실제 푸본현대생명이 올해 5월까지 거둔 제3보험 초회보험료만 1565억원으로 전년 동기(12억원) 대비 1500억원가량 증가해 업계 지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채널에서 푸본현대생명 상해보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올해는 전체 매출에서까지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5월까지 생보사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5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5조1000억원)보다 약 5조원 확대됐다. 같은 기간 손보사 매출은 49조6000억원에서 51조3000억원으로 증가해, 작년 5월 4조5000억원에 달했던 수입보험료 격차가 올해 1조2000억원까지 좁혀졌다.
업계는 생명보험사가 손보사 수입보험료를 역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손해보험사(118조6000억원)가 처음으로 생보 매출(112조4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작년엔 매출 격차가 12조7000억원(손보 126억1000만원, 생보 113억4000만원)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엔 종신보험이 생보사 주력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업계 전체가 제3보험 상품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손해보험사들과도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상품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연구원은 IFRS17에서 무위험수익률을 적용할 경우 저축성 상품의 보험계약마진율이 1.2%라고 분석한 바 있다. 보장성 상품에선 종신보험이 9.7%, 건강보험(제3보험)은 19.1% 마진율을 기록했다. 같은 금액으로 보험을 판매해도 수익성에서 차이가 발생해 제3보험 위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