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입지 신의 한 수…일 나리타·간사이 못 따라와

2025-02-24

영종도와 인천국제공항

한·중·일 삼국의 근대사를 접하면 당시 일본의 국운은 활짝 편 데 반해 한국과 중국은 그 반대라 안타까울 때가 많다. 중국은 아편전쟁이 일어나기 불과 50년 전만 해도 강희-옹정-건륭제로 이어지는 130년간의 치세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런데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하면서 그 후 100년간 나라가 거덜 날 정도로 외세에 시달렸다. 한국은 나라를 빼앗겼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 일본은 1854년 미국 페리 함대에 의해 개항되면서 하는 일마다 성공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해 동아시아의 패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환경단체 반발 딛고 알뜰 공사

화물량·승객수 합쳐 세계 3위

계절풍 연구해 평행활주로 4개

나리타는 알박기, 유도로 불규칙

사용료 싸 미 델타 아시아허브로

‘세종 국제공항’ 개명 고려해볼 만

그로부터 1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비교해 확실히 다르다. 한국은 반세기 가까이 성장을 거듭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아서다. 한때 ‘재팬 애즈 넘버원(Japan as number one)’이라고 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여긴 일본 경제를 지금 거의 추격한 실정이다. 경제 총량에선 인구 차이로 일본에 뒤처져도 1인당 GDP에선 오히려 앞선다. 이런 결과는 최소한 지난 30년간 한국이 선택한 길이 결실을 제대로 이룬 데 반해 일본은 그렇지 않아서가 아닐까? 인천공항과 나리타공항을 비교해 봐도 이런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인천공항에 갈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인천공항만큼 깨끗하고 쾌적한 공항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최우수 공항에 선정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천공항이 작은 규모라 이런 위업을 쉽게 달성한 건 아니다. 지난해 말 4단계 확장 공사를 마무리해 화물량은 세계 2위, 승객수는 10위가 됨으로써 홍콩의 첵랍콕공항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공항에 이어서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물론 깨끗하고 쾌적하다는 외면만으로 인천공항을 평가하는 건 현명치 못하다. 인천공항이 자랑하는 최고의 서비스는 승객 친화적으로 지어진 점이다. 수도권과 가까워서 접근성이 좋은 데다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기후 영향 등으로 항공기가 결항하거나 이착륙이 지연되는 사태가 거의 없다. 또 세 섬 사이의 바다를 메워 처음부터 넓은 부지를 확보해 리조트와 호텔, 40여 개의 물류 단지와 항공기 유지·수리·정비(MRO) 시설 등 다른 부가기능이 들어왔다. 그래서 단순한 교통 단지를 넘어서는데 이런 여건을 갖춘 공항 단지를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겨울 이착륙 방향 바뀌어

그렇더라도 인천공항의 가장 큰 매력은 연중 일정하게 부는 계절풍을 잘 활용한 평행활주로가 아닐까? 현재는 4개 평행활주로가 있는데 수요가 늘면 골프장으로 사용되는 곳이 활주로로 바뀌어 5개가 된다. 평행활주로는 교차활주로와 비교해 토지사용 면에서 크게 유리하다. 평행으로 5개 만들 수 있는 공간을 교차형으로 만들면 3개 활주로가 들어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뉴욕의 JFK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공항이 교차형인 건 이착륙 때 부는 옆바람 때문이다. 옆바람이 불면 이착륙 시 위험해 반드시 보조 활주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활주로가 교차형이 된다.

반면 인천공항은 넓은 부지를 잘 활용해 옆바람을 최대한 통제해서 활주로를 만들었기에 보조 활주로가 따로 필요 없다. 단 계절에 따라 이착륙의 방향만 바꾸면 돼 여름철에 남동풍이 불면 남쪽을 향해 이륙하고, 겨울철에 북서풍이 불면 북쪽을 향해 이륙한다. 이처럼 맞바람을 받으면서 이착륙하는 건 비행기 바람막이 판이 저항을 많이 받아야 이착륙이 쉽게 이루어져서다.

도쿄의 관문 공항인 나리타공항도 평행활주로이지만 단 2개뿐이다. 그것도 나란히 붙어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다. 이렇게 활주로가 떨어져 있는 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다. 게다가 태평양 쪽에서 부는 예측 불가능한 강풍이 가끔 옆바람이 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이착륙이 힘들어진다. 그런데도 나리타공항은 부지가 협소해 보조 활주로를 만들 수 없다. 2009년 미국의 페덱스 소속 항공기가 강풍이 옆에서 부는데도 착륙을 시도해 활주로에서 두 번 튕긴 후 전복돼 폭발했다. 이때부터 페덱스의 북태평양 허브가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으로 바뀌었다.

나리타공항은 어째서 부지를 넓게 확보하지 못했을까? 일본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과 이에 반발한 주민들의 반대와 여기에 합세한 시민운동 단체들의 격렬한 투쟁 때문이다. 이 투쟁은 꽤 오래 끌어서 개항이 수차례 연기돼 계획된 지 12년만인 1978년에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활주로가 하나밖에 없는 데다 야간에는 이착륙할 수도 없어 도쿄의 관문 공항으로서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 유도로에는 알박기한 집이 있어 위험천만하다.

두 번째 활주로는 2002년에서야 뒤늦게 개장되었는데 길이가 짧아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에 제약이 따른다. 또 활주로 주변에는 농가가 위치해 유도로가 직선이지 않고 일부가 우회하는 형태라서 불규칙한 모습인데 이것이 나리타공항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니 나리타공항 사태는 시민운동 입장에선 성공사례일지 모르지만,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되었다.

간사이공항은 나리타공항 건설 때 크게 덴 탓인지 토지보상과 관련해 주민과의 마찰을 사전에 아예 차단하기 위해 육지에서 무려 5㎞ 떨어진 해상을 메워 만들었다. 그 결과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 공항 사용료가 인천공항의 2배나 됨으로써 항공사가 이착륙을 꺼린다. 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가 인천공항을 아시아지역 허브로, 화물 전문 항공사 아틀라스가 아태지역 MRO 허브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이런 경쟁력은 코로나 사태 때 여실히 증명되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늘어난 화물 수요를 취급해 코로나 사태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

한 해 세금 등 1조원 내는 효자 공항

한편 인천공항이 지난해 말 4단계 공사를 끝낼 때까지 들어간 비용이 총 18조원이다. 이 중에서 1·2단계 공사비용 3.3조원만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고, 나머지 14.7조원은 인천공항을 운영하면서 그 수입금으로 충당했다. 그러니 세금으로 들어간 돈은 3.3조원뿐이다. 현재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데 소요되는 돈이 약 15조원인데 세금으로 대부분 충당된다고 하니 인천공항의 경제적 효율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새삼 놀랄 뿐이다. 게다가 인천공항은 2019년 한해만도 6000억원을 세금으로, 4000억원을 배당금으로 내 총 1조원을 정부에 냈다.

그런데도 영종도에 공항을 짓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철새 도래지인 데다 갯벌 훼손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그 이유로 들어서다. 이런 논란과 우려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눈 녹듯이 사라졌으니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는 혹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는지. 영종도는 공항으로서 천혜의 입지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라 여기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에 해당하는 빼어난 결정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뻗어 나가야 하는데 인천공항이란 훌륭한 공항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또 세계인도 한국을 방문하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인의 저력을 실감토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인천공항보다는 ‘킹 세종 인터내셔널 에어포트’로 불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런던의 히스로 공항처럼 말이다. 이 인물들을 모두 합쳐도 세종에는 도저히 견줄 수 없지 않은가.

인천공항 초대 사장 강동석 기렸으면

더구나 21세기는 문화의 시기다. 문화의 핵심은 언어인데 한글이라는 문자를 창조한 사람이 세종이다. 유럽조차 백성이 무식하면 통치하기에 좋아 높은 문맹률을 유지했는데 세종은 그 반대였다. 나아가 인천공항 초대 사장이던 강동석을 기렸으면 한다. 그의 뛰어난 지휘로 훌륭한 공항이 지어졌을 뿐 아니라 건설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을 대화로 잘 풀어 나리타공항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서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사태로 연초부터 우리 마음이 우울했는데 인천공항이란 훌륭한 공항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극복했으면 한다.

김정탁 노장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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