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소부장 키우자"…정부, 첫 실태조사

2025-09-18

정부가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첫 정식 실태조사에 나섰다. AI 데이터센터(AI DC)에 들어가는 국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행보다. 폭스콘을 위시한 대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말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방면에 걸쳐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첫 시범 조사에 이어 올해 정식 조사로 확대돼 모집 단위나 조사 대상 데이터센터 수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날 방침이다.

정부가 데이터센터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산업 생태계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장을 완공하는 데엔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소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관여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는 운영을 총괄하는 IT 기업과 소부장 기업들 외에 반도체 업체와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도 참여한다. 특히 AI 학습이나 추론용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성능의 컴퓨팅 장치와 10배 수준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 외에 전력 및 냉각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등에 따르면 전체 비용 중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나 서버·스토리지에만 40% 이상이 투입된다. 전력이나 냉각 시스템 확충에도 10% 가량이 든다.

과기정통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산 장비 육성 등을 골자로 하는 데이터센터 관련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현재 일부 장비를 제외하고는 외산 제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약 5년 전 약식 조사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국산 서버 비중은 11.1%, 데이터 저장 장치인 스토리지의 국산 비율은 6.7%에 그쳤다. 전원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전력을 지속 공급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의 국산화율도 8%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내 대기업이 수십년부터 사업을 영위해온 변압기나 배터리의 경우 국산 비중이 48%, 44%였다. 국내 IT 장비 업계 관계자는 “국가AI컴퓨팅센터 등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공공 역할이 큰 만큼 국산 장비를 육성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IT 업계에선 AI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소부장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AI 시장으로 선제적으로 뛰어든 대만 기업들이 잇따라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어 한국 소부장 업체들이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 폭스콘의 경우 2분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AI 서버 등 클라우드 및 네트워크 제품 비중이 41%로 애플 아이폰을 포함한 소비자 가전 매출 비중(35%)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아이폰 조립에 주력했던 위탁생산 전문 기업 폭스콘이 AI 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엔비디아의 최대 서버 공급업체이기도 한 폭스콘은 AI 서버와 범용 서버 시장에서 각각 약 4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만 위스트론과 콴타컴퓨터가 올해 7월까지 거둔 AI 서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2.7%, 65.6% 급증했다.

국내 서버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만 기업들이 생산하는 서버 중 상당 비중이 중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면서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서버 기술력을 빠르게 키울 수만 있다면 후발주자로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네트워크 케이블·라우터·에너지저장장치(ESS)·전력케이블 등 국내 강소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영역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고효율·친환경 중심의 자립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를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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