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통상질서 칼럼] 대내외 불확실성과 여야정 협의체

2025-01-07

20일 개시될 트럼프 집권 2기의 대외정책 및 통상정책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재 확실한 것은 트럼프 집권 2기의 대외정책 및 통상정책이 불확실할 것이란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25일 트럼프 당선인은 마약과 불법이민 등 국경관리 소홀을 이유로 대통령 취임 1일차(D1)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를, 중국에 대해서는 10%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밝혔다.

이 관세폭탄 역시 몇 가지 불확실성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불확실성은 관세부과의 명분이다. 다자통상체제(GATT·WTO)에서 덤핑이나 무역수지적자 등 경제문제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 관례인데, 트럼프는 비경제문제인 마약과 불법이민을 명분으로 고관세를 부과했다. 그렇다면 우회수출, 무역적자, 보조금 등 경제문제로 부과할 관세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전 세계에 대한 관세부과 여부다. 트럼프의 25% 관세부과 발표 직후 캐나다가 밝혔듯이 캐나다의 국경관리 수준은 멕시코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는 G7, OECD 등 선진국 클럽에 속하며 사회·경제 제도가 매우 유사한 국가다. 비경제적인 이유로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다른 국가들에 대한 관세는 다양한 이유로 언제든지 부과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전 세계에 던졌다.

세 번째 불확실성은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에, 중국산 상품에 실제로 부과될 관세가 얼마가 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겼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발표에 상대적으로 중국 당국의 반응이 잠잠한 이유도 추가관세의 불확실성 때문일 수 있다.

네 번째 불확실성은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다. 트럼프 집권 1기에도 관세부과를 흘려 상대국을 '멘붕'에 빠뜨리고 일방적인 양보를 얻어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발표 즉시 캐나다와 멕시코가 크게 반발했지만 물밑으로는 국경관리 강화 방침을 발표하는 등 트럼프의 환심을 사서 관세부과를 피하려는 일련의 노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는 관세인상 발표 효과를 이미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있다. 이미 다자통상체제를 사실상 해체시킨 트럼프는 대선기간 중에 보편관세 도입을 주장해 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라고 대선 승리 이후에도 언급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콧 베네트 재무장관 등 각료 지명자들도 보편관세 도입을 언급해 왔다. 보편관세가 어느 수준인지, 해당 품목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와 접근에 따른 불확실성도 심각하다. 언론이나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통해 불리한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에게는 통하지 않는 듯하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나흘째 되던 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가 그를 만났다. 추수감사제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사진과 함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고 캐나다 측은 발표했지만, 트럼프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캐나다에서는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인 회동이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1000억달러 투자 패키지를 들고 트럼프와 멋진 사진을 찍었지만, 트럼프는 2000억달러 투자를 요구해 무리한 방문이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유럽 방문 기간에도 트럼프는 나토(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선거공약에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3%에서 5%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미국발 불확실성이 확실한 상황에서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핵된 우리나라의 대내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더이상 정쟁을 벌일 여유가 없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를 여당·야당·정부(여야정)은 서둘러야 한다.

류예리 경상국립대 교수 ryuyeri@g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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