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공기놀이

2025-01-23

아이들아,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더 많이 갖기 위한 비교 경쟁에 인생을 다 바치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한 것이란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인생은 수고(受苦)의 놀이터이니 고통받기를 두려워 말고,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

-박노해 에세이 ‘공기놀이’ 중.

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집 『다른 길』에 실린 글이다. 시인은 지난 2000년부터 20년간 낡은 만년필과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지도에도 없는 중앙아시아의 작은 마을을 찾아다녔다. 삶의 ‘다른 길’을 찾아 헤맨 유랑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광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모은 책이 여러 권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시인은 “간절하게 길을 찾는 사람은 이미 그 마음속에 자신만의 별의 지도가 빛나고 있다”고 썼다.

짧고 단단한 문장들이 많아 계속 밑줄을 그었다. “이 지상의 작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무너져내리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세계는 여지없이 무너지리라.”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의 등뼈를 곧게 세우고 깃발도 없이 길을 찾아가다 보면 때로는 사람이 깃발이 되는 것이다.”

공기놀이는 세계 곳곳에서 전해오는 오래된 놀이다. 빠른 손놀림으로 돌멩이를 다루는 이 단순한 놀이에서 시인은 노동과 유희가 어우러진 삶의 에너지를 읽는다. 에세이의 앞부분은 이렇다. “파슈툰 소녀들이 공기놀이에 빠져있다.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놀이인 소녀들의 공기놀이는 섬세한 손놀림으로 열매를 따고 새알을 채취한 데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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