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선 세찬 빗줄기 속에도 첨단무기의 위용을 과시하는 화려한 모습이 연출됐다. 올해도 야간에 강한 조명을 동원해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가 하면, 초청된 외국 귀빈들 앞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대거 선보여 '무기 세일즈'의 장을 방불케했다.
조선중앙TV는 11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55분에 걸쳐 지난 10일 오후 1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녹화 중계했다. 행사는 북한의 로열패밀리인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마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의 영상을 대형 전광판에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뒤이어 근육질의 특수부대가 불붙은 몽둥이를 머리로 깨부수고 맨몸으로 얼음과 쇠사슬을 제거하며 강인함을 과시하는 영상이 나왔다. 잠수함에서 은밀히 빠져나온 병력이 바닷물에서 떠올라 사격하는 모습도 담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부 연회실에서 TV로 영상을 지켜보다 정각 10시에 주석단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장병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절대충성", "절대복종"을 외쳤고 플래시몹으로 '백전백승', '혁명강군', '일당백'을 형상화했다. 이후 각군은 진군했다.
중앙TV는 북한 강원도 회령군에 위치한 제1군단이 등장할 때 "공화국 남쪽 국경의 강철 보루"라며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의 첨예한 대치선에서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제도를 굳건히 사수하는 무적의 강병들을 이끌어 일선 영장들이 서릿발 장검을 빗겨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한국을 향해 직접적인 위협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남한이 '적대적인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앙TV는 러시아 파병 부대인 '특수작전군종대'가 진군할 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줬다. 러시아를 향해 자신들의 희생을 부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특수작전군종대를 "쿠르스크 해방 작전을 지휘한 전용찬 소장(별 한 개)"이 이끈다고 소개했는데, 이는 북한 매체를 통해 처음 등장한 이름이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새 ICBM 화성-20형,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대거 공개했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메드베데프 부의장 등은 각자 앞에 설치된 개인용 모니터를 참고하며 열병식을 주의 깊게 참관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은 북한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싱가포르 출신 사진작가 아람판씨 등 인플루언서도 초청했으며 외국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는 모습이 중앙TV에 수차례 포착됐다.
이번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의 딸 주애는 공개 행보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내 펑리위안 여사와 손님들을 영접한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의 리설주 여사의 등장도 없었다. 다른 귀빈들도 부부 동반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개최한 데 대해 11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내부 행사"라면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