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보다 트럼프 먼저 만난 아베 여사…일본 정부는 "노코멘트"

2024-12-16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恵)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부부와 15일(현지시각) 만찬을 가졌다. 일본 정부가 추진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전 총리 부인이 트럼프 당선인을 먼저 만난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아키에 여사와 함께 세 사람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당선인 자택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아키에 여사에 대해 “다시 모시게 돼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돌아가신 아베 전 총리를 그리워하며 훌륭한 업적을 기렸다”는 글을 남겼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만찬이 미·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교 라인을 동원해 트럼프와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불발했다. 반면 아키에 여사는 직접 전화로 통화해 만남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찬을 위해 지난 14일 플로리다 공항에 도착한 아키에 여사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말없이 웃는 얼굴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일본에선 정부 담당 부처인 외무성이 이번 회동이 정식 외교 루트를 통하지 않고 성사됐다는 점에서 당혹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관련 질문에 “정부로선 답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번 아키에 여사의 방미에는 정부 인사의 동행은 물론 경비 지원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CNN은 이번 만찬을 보도하면서 트럼프와 아키에 여사 간의 친밀한 관계를 전하기도 했다.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가 총격 테러로 사망한 뒤엔 트럼프가 직접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묻기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종종 “신조를 만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아베는 미국 트럼프 타워를 찾아 혼마 골프채를 선물했다. 전화 회담을 포함해 총 51번에 달하는 회담을 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트럼프는 잦은 회담에서 친숙해진 아베의 통역사를 ‘작은 총리’라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15일 아키에 여사와 만찬을 갖은 마러라고 자택은 과거 트럼프 부부가 아베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아키에 여사에 대해 트럼프 부부가 많은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부부동반 만찬에서 술을 마다치 않고 아키에 여사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트럼프가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때문에 일본 내에선 벌써부터 아키에 여사가 양국을 잇는 전략적 자산, 즉 ‘파이프’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측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아키에 여사가 이시바 정권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아키에 여사의 이번 만찬이 이시바 총리에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베의 정적’으로 불렸을 만큼 이시바는 의원 시절 자민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면서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부 지사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아베 전 총리는 이시바 총리를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가 이미 트럼프 측에 전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굉장히 친한 친구 사이인 아베 전 총리가 이시바 총리에 대해 좋게 말하지 않았다면 트럼프로서는 이시바에 대해 당연히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시바 총리 측의 조기 면담 요청을 고사하면서 “정식 취임 전이기에 타국 정상을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면담했다. 이달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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