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극우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만나 협력을 과시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지에서 부상한 극우 세력 간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는 밀레이 대통령이 유럽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 멜로니 총리 초청으로 이탈리아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이탈리아에 도착한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멜로니 총리와 만난 뒤 이탈리아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이 주최한 정치 행사에도 참석해 연설을 했다.
멜로니 총리는 회담 이후 “이미 굳건한 양국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통된 열망을 재확인했다”며 “주요 국제 의제에 있어서도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올해만 5번째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처음 멜로니 총리를 만난 뒤 보수 의제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며 가까워졌고, 이후 꾸준히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는 할아버지가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밀레이 대통령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민자를 배척하고 시민권 취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정부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로, 양국 협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점차 끈끈해지는 양국의 ‘극우 연대’에는 밀레이 대통령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극우 비주류 정치인이었던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공공지출을 대폭 줄이는 ‘충격 요법’으로 경제 위기를 끝내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극단적인 개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물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됐고, 이런 성과가 외교 무대에서도 영향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 사회학자 파블로 세만은 “밀레이 대통령은 세계의 다른 보수 지도자들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훨씬 더 극우적인 위치를 선점했다”며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세계의 여러 우파 지도자들에게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4월 밀레이 대통령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면서 그가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대선 이후 해외 정상 중에는 가장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했고, 내년 1월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범하는 정부효율부도 연방정부 예산 삭감 등을 통해 “밀레이 스타일의 개혁”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