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총장 "이공계 인재 흡수 위한 정책 변화 필요" 강조
아주대, 국제적 인재 양성 위한 해외 교류 확대
"이공계 출신, 해외 기업에서 경력 더 인정받아"
"앞으로 지역 의료 환경은 개선될 여지 충분헤"
뉴스핌, 최기주 아주대 총장 인터뷰
[수원 = 뉴스핌] 대담=이영섭 사회부장, 정리=김범주 기자
2024년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사태로 보낸 1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끝모를 의정 갈등과 언제 돌아올지 기약하기 어려운 의대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의대생들에 대한 교육 가능성 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지만 '그냥 흘려버린 1년' 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지역 의료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의대의 노후 의료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 구축하는 과정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11일 수원 아주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최기주 아주대 총장은 이런 점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원 의대생의 교육 여건을 충분히 갖춰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총장은 국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공계 인재 양성에 대한 근본적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되짚어 본 계기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정책 없이는 파국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본적으로 의대 논란과 같은 지엽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활동할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총장의 핵심 아이디어다. 최 총장 취임 이후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아주대 학생들의 해외 교류가 확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하는 일문일답>
-탄핵국면이다. 대학가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인가.
▲안타깝다. 주가·환율 등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사를 봤다. 사회 지도자 층은 그 구성원을 섬기는 자세로 일해야 하는데, 그런 자세가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국가 잠재력이나 국력을 키우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한순간이다.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 다수가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 의대 증원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2025학년도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 같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서는 이미 교수님들이 시국선언을 했고, 최근에는 학생들이 동참했다.
-의대 증원 과정에서 내홍을 경험하지 않았나.
▲의료계와 정부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환자 모두 어려운 처지다. 아주대도 기존 40명에서 120명으로 정원을 늘렸는데, 자연대·첨단바이오융합대 등 다른 학과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증원 30개 의대에 대한 강도 높은 인증평가를 예고했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학년당 120명 정도 의대 교육은 충분하다. 휴학을 한 학생들이 돌아오면 내년 의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을텐데, 수업할 인프라와 교수진은 지금도 충분하다. 교수 한 명당 맡는 학생 수도 적절하다.
의평원 인증평가에 대해 지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교양 수업 같은 경우는 200석 이상의 대형 강의실도 갖추고 있어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대체로 해부학 등 실습 수업은 2학년 2학기 또는 3학년 1학기에 시작한다. 지금 실습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새 환경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해부학 등 실습실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최근 박사 2명을 채용했다. 이분들은 2026년부터 수업할 예정이지만, 교수 충원, 시설 확보 등에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향후 의대 정원과 관련해 의료계가 완강한 입장이다.
▲(정부도 의료계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예를 들어 증원 규모를 700~800명으로 한다든지 여지를 둬야 하는데 2000명 증원을 고수하니 협상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대학도 정원이 좀 줄겠지만, 그런 것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노후·낙후 시설 자체가 개선되기 때문에 지역 의료 환경은 많이 변화할 것이다. 다만 사립대에 대한 지원도 같이 해달라는 요구다. 개인적으로는 의대나 병원이 자체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최소한의 증원은 연장됐으면 하는 희망이다. 의과대학과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등 경기도의 공공·필수 의료를 선도해온 경험을 확대하고 싶다.
-공대 출신으로 의대 쏠림 현상을 진단한다면.
▲개인적으로 의대 쏠림 현상은 사회가 드라이브한 측면이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홀대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학생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바뀌길 바란다.
과거 1970~80학년도 학번들은 해외 진출도 많이 했다. 미국 유학길에도 많이 올랐는데, 대우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국내에서도 이공계 출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실종됐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은 60세가 되면 퇴직해야 하는데, 의사들은 20년 정도는 더 근무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의대의 기대 소득이 높기 때문에 선호한다.
-해결책이 있다면.
▲이공계 활성화를 정부나 기업이 나서야 한다. 아주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기업에 10년 정도 일하고 미국으로 가면 수억원대의 연봉으로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한 처우를 받지 못한다. 제대로 된 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공계 중심의 정부 정책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 바이오 헬스 등 정부가 집중하는 산업군이 있다. 아주대의 경우 첨단신소재공학과, 지능형반도체공학과, AI모빌리티공학과 등 첨단 분야 3개 학과를 신설해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특히 AI모빌리티공학과는 미래모빌리티공학과로 확대 개편해 입학 정원도 기존 40명에서 137명으로 확대했다. 미래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 중 하나로 첨단 바이오 산업을 전망하는데, 공대·자연대·의대·약대 소속 교수들이 합류해 융합 교육과 연구를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아주대에는 기회다.
-정부의 '글로컬30' 사업에 수도권 대학이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 지원 사업이 수도권·비수도권 단절을 초래하는 결과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연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 대학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연구나 교육모델을 개발하는 '초광역형 지역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지역 기업·비수도권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기술을 지원하는 방안 등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5년간 1000억원을 대학에 투자한다고 해서 '글로벌' 명문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경제 규모가 다르지만 미국은 한 주(state)가 대학에 연구비로 투자할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엄청나다. 대학의 특정 학과에 직접 지원도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그런게 없다. 향후 교육부가 그런 기능을 하고, 규제는 푸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학교의 국제화'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총장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것이 국제화다. 학생들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자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퍼듀대, 미시건대, UCI, USC, UCSD, UNLV 등 미국의 유수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드레스덴, 뮌헨공대 등 유럽의 명문대로 확대 중이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도 확대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아주대 외국인 유학생이 2600명을 넘어섰다. 베트남, 중국, 미얀마 외에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국가에서 유학생이 온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GKS장학, 말레이시아, 사우디 등 정부 장학프로그램도 적극 활용 중이다. 해외대학 학생과 우리대학 학생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한국을 알리고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있는 국제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설립한 '타슈켄트 아주(AUT)'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학교 설립이념 중 하나인 '세계일가' 실현이다. 도움을 받는 대학에서 도움을 주는 대학으로 변모하고자 한다. 한국과 프랑스 협력을 기반으로 태어나고 성장한 아주대 입장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9월 26일 제1회 졸업식을 했는데, 우리의 우수 교육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학생들에게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지.
▲자기분야에 대한 전문성,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는 건강한 정신과 신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건강과 균형 잡힌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8~15명이 크루를 결성해 러닝과 배드민턴, 농구, 헬스, 탁구, 등산, 수영, 축구 등에서 '함께 운동하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학생회관에 체력단련실 AAR(Ajou Athletic Room)를 구축했고, 겨울방학에는 아주 스포츠 캠프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196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으로 학사 학위를, 같은 학교 대학원 교통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교통계획으로 취득했다. 1994년 아주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지속 가능 도시·교통 연구센터 소장, 세계도로협회 한국위원장, 국토교통부 초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융복합포럼 인프라분과위원장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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