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활주로 끝단에 있는 로컬라이저(항행 계기 시설)가 사고 수습 이후 공항을 정상화하는 시점까지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공항 활주로가 전면 폐쇄된 가운데 무안공항에 발이 묶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여객기까지 불똥이 튀면서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후 제주를 오가는 진에어 여객기 1대와 초당대학교가 운영하는 경비행기 6대가 무안공항에 그대로 방치된 채 세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에어는 사고 직전까지 무안공항에서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1편과 도교 나리타(진에어)를 오가는 국제선 1편을 운항하고 있었다. 현재 무안공항에 세워진 여객기는 사고 당일 제주로 향할 예정이었다. 진에어 관계자는 “무안공항에서 기존에 운영 중이던 노선은 국내외 총 4개”라며 “해당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한 여객기 1대가 무안공항에 묶여 있는 상황인데, 활주로가 하나라 꼼짝없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초당대는 무안공항을 콘도르비행교육원 항공실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경비행기 15대 중 6대가 무안공항에 그대로 묶여 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무안공항 운영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무안공항은 전면 폐쇄된 상태로, 수습당국은 7일 오전 5시까지 공항을 폐쇄한 뒤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활주로 폐쇄 기간은 1일까지였으나 한 차례 연장됐다.
수습당국은 최근 유가족과의 브리핑에서도 “무안공항의 재개는 사고 수습 이후 현장 보존 및 조사를 위해 2~3개월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참사를 키운 로컬라이저를 즉각 다시 설치하기 어렵고, 설치를 하더라도 발주 과정을 통해 재시공해야 해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향후 운항 예정인 기존 노선까지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해 5월부터 무안공항에서 무안-몽골 올란바토르 정기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무안공항 활성화에 힘써 왔다. 전남도도 정기노선 운항을 위해 지난해 3월 전남도청에서 진에어와 무안군, 한국공항공사가 참여하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정기노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일에는 무안공항 개항 후 17년만에 처음으로 매일 무안에서 일본 나리타·오사카, 대만 타이베이 국제선과 제주 노선을 운항키로 하고 취항식까지 열었다. 진에어는 당시부터 무안-일본 오사카 노선을 시작으로 나리타, 대만 타이베이 국제노선과, 제주 국내노선 등 4개 노선을 매일 운항했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 관계자는 “진에어는 정기노선에 대한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관련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지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노선 철회나 해지한다는 내용은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일단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며 “노선 운영 재개와 폐쇄 등은 수습이 언제 끝나느냐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수습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안=김선덕·한현묵 기자, 채명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