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코스모스 세차장의 아르바이트생 노아(강채윤 분) 지망생이지만 3년 전 무대 위에서 실수한 기억이 트라우마가 돼 말을 더듬는다. 동료 세미(임시은 분)에게 온갖 무시를 당하면서도 배우의 꿈을 포기할 수가 없는 인물이다.
그런 노아의 눈앞에 '빠라빠라미따!' 시나리오 한 권이 놓여 있다. 노아는 이 대본을 읽을 때만큼은 말을 더듬지 않고, 이 광경을 세차장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호세(오상용 분)이 목격한다.
이 대본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호세가 쓴 것으로 호세는 다차원 세계, 평행우주론, 차크라 이론을 활용해 SF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호세는 노아에게 자신의 영화 주인공 나타샤 역을 맡아달라 제안하고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향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어설픈 연기로 남들 눈에는 '머저리와 루저'로 보일 뿐이다. 세미와 세미의 남자친구 철수(박준서 분)의 조롱을 당한 노아는 호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우리들은 머저리일 뿐"이라며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빠라빠라미따!'의 촬영은 그렇게 중단되는 것 같았지만 노아가 여전히 자신을 비웃는 세미와 세미 남자친구에게 맞서며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
영화 속 '빠라빠라미따!'의 결말은 나타샤는 악마를 무찌르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걸 깨닫고 자신을 알아봐 주는 카를로와 함께 이 세상을 무시하는 이 세상을 떠나기로 결정하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노아와 호세는 자신들만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며 행복을 맞이한다.
'빠라빠라미따!'는 작정하고 만든 B급 감성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 톤부터 소품, 의상까지 의도적으로 조악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장난감 칼과 직접 만든 의상을 활용한 뻔뻔한 연출이 B급 영화 특유의 유쾌함을 더한다.
특히 다차원 세계를 묘사하는 데 필요한 제작비를 대신해 그림 콘티를 활용한 연출은 기발한 방식으로 작품의 개성을 살린다. 처음과 끝의 내레이션 역시 자본과 인력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극복한 장치다.
이 영화는 '아마추어들의 도전'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노아와 호세는 현실적으로는 루저로 보일지 몰라도, 자신들이 만든 영화 속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된다. 그들은 세상의 조롱을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귀엽고 짠하게 위로로 다가온다.
이는 곧 예술을 하는 이들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아낸 작품이다. 거창한 메시지를 담기보다, 꿈을 꾸고 만드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단편영화의 미학이 담겨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창작의 기쁨이라는 점을 유쾌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