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파적인 한줄평 : 제 기도는 안 들어주시는 건가요.
보는 내내 기도한다. 졸지 않게 해주소서. 하지만 기도는 자꾸만 어긋난다. 고개를 흔들며 눈을 부릅뜨고 뒤로 몇번이나 돌려서 본,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계시록’(감독 연상호)이다.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간의 믿음과 초자연적 현상, 그리고 종교를 그럴듯하게 엮으려 하지만 그걸 담기엔 영화의 그릇이 크지 못하다. 사건은 거대하나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우연에 너무나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여고생 실종사건을 두고 목사 성민찬과 형사 이연희가 저마다 방법으로 부딪히며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려고 하는 도입부는 흥미로우나 이후 퍼즐들이 헐거워 그걸 맞춰가는 과정이 그다지 긴장감을 높이지 못한다. 악연으로 엮인 성민찬과 권양래가 조우하는 계기나, 성민찬이 권양래를 단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에 고개가 갸웃거릴 수 있다.
특히 전과자 권양래(신민재) 뒤를 쫓는 이연희가 단서를 발견하고 수집하는 과정이 우연의 남발이라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실종된 여고생의 소재를 파악하는 순간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지만 주변 인물의 한마디로 맥없이 쉽게 풀어낸다. 마치 사건 해결에 바로 써먹기 위해 주변 인물의 직업을 일부러 설정한 것처럼 비쳐 보는 이가 김새게 한다.
‘보이는 것만 보자’는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던져 작품의 매력을 반감한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발칙한 상상력이 이미 많이 소진된 건지, 재기발랄한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치 마트에서 산 기성품 중 하나를 마주한 기분이다.
배우들의 쓰임은 나쁘지 않다. 계시에 집착하는 목사 성민찬 역의 류준열은 눈에 광기를 싣고 서서히 미쳐가는 인물을 표현해낸다. 성범죄자 권양래 역의 신민재도 인물의 징그러운 질감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만 신현빈은 머리도 짧게 자르고 열심히 했으나 인물에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부족하다. 오는 21일 넷플릭스서 공개.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