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딥시크 육성”… 첨단기술 800조 투자 예고 [심층기획-트럼프 2기…전환기와 中양회]

2025-03-03

〈中〉 기술패권 장악 가속화

10년전 ‘2025 첨단 제조강국 계획’

AI·빅데이터·반도체·양자컴퓨터 등

R&D 예산 작년 724조원까지 확대

美 제재 압박에도 기술 독립 큰성과

習주석 주요IT기업 만나 지원 약속

中 최초 민영경제촉진법 통과 전망

AI, 경제·과학 등 총망라 발전 촉진

우주항공 주요부품 기술 확보 의지도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돌풍 등으로 탄력을 받은 중국이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AI 등 첨단기술 육성에 대규모 투자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기술 자립을 통해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하며 AI·빅데이터·바이오·신에너지·반도체·양자컴퓨팅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해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중국제조 2025는 10개년 정책으로, AI·빅데이터·바이오·신에너지·반도체·양자컴퓨팅 등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해 2025년까지 중국을 첨단 제조강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기준 3조6130억위안(약 724조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중국제조 2025 목표의 약 86%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오며, 지난해 R&D 투자가 전년 대비 8.3% 늘어난 규모임을 고려하면 올해 관련 예산은 4조위안(약 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의 마지막 해인 만큼 이를 이어갈 새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 내에서 “정책 방향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딥시크와 화웨이, 비야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 지원을 약속하며 기술 독립을 위한 민영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양회에서는 중국 최초의 ‘민영경제촉진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는 가운데 중국은 민영기업을 선봉으로 내세워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경제 책임자인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최근 3대 국유 이동통신사를 방문해 기술 혁신과 R&D 강화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AI 정책 역시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는 국가 차원 AI 종합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AI를 특정 분야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과학, 공공서비스 및 의료,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통합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개념이다.

AI+ 행동은 2030년까지 AI 이론과 기술, 응용을 전반적으로 세계 선두 수준에 올린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책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정협 위원인 양제(楊傑)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AI가 다른 산업의 발전을 돕는 보조수단인 ‘+AI’에서 경제 고도화를 뒷받침하는 필수 인프라인 ‘AI+’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우주정거장 톈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민간항공기 C919 개발을 완료했지만, 엔진 등 주요 부품은 여전히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기술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내 과학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중국의 R&D 예산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AI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에서 독립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는 AI에 향후 5년간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밖에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달러·위안화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도 100억위안(약 2조원) 규모 역외 채권 발행을 계획하는 등 AI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 중국 명문 칭화대는 올해 학부생 정원을 약 150명 늘려 새로운 교양학부를 설립하고 AI를 여러 학문과 통합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베이징우편통신대학 인간-기계 상호작용 및 인지공학연구실 류웨이(劉偉) 소장은 “다른 국내 대학들이 AI에 대한 집중과 투자를 늘리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성공한다면 본보기가 돼 중국 전역의 다른 대학에 귀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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