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로마법은 공동체의 자유로운 인간들이 공생할 수 있게 규율하고자 한 법"

2025-03-01

정병호 교수, 베렌츠의 《로마법》 세계 최초 번역

로마법만큼 세계 각국의 법체계에 영향을 미친 법이 있을까? 괴팅겐대에서 오랫동안 민법과 로마법을 가르친, 로마법의 대가 오코 베렌츠(Okko Behrends) 교수에 따르면, 로마법은 유럽대륙의 모든 국가는 물론 이 나라들의 영향을 받은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남아프리카 국가의 법학의 기초이며, 일본과 중국, 한국도 로마법을 계수한 나라에 속한다.

베렌츠 교수는 그 이유를 로마법이 단순한 경험과 직관에 기초한 사례법이 아니라 상반된 2개의 법이론인 자연법과 이성법의 경쟁을 통해 발전된 이론법이라는 데서 찾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리, 개념, 규율을 유산으로 남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베렌츠 교수의 저서 《로마법-시초부터 현재까지》를 번역한 서울시립대 로스쿨의 정병호 교수도 "베렌츠 교수는 로마법이 단순한 사례법이었다면 현재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이론에 기초한 로마법과 달리 단순한 사례법인 잉글랜드법이 식민지배를 매개로 하지 않고, 자발적 수용을 통해 전파된 예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갈파했다.

베렌츠는 또 "로마법이 이렇게 영향을 미친 것은 그 내용적 특성에 기초한다"며 로마법의 내용적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로마사법(私法)의 이론적 기초에 따르면 국민국가법(nationales Recht)가 아니라 고대 도시국가(civitates) 자유시민들의 일반 사법"이라며 "로마법은 도시의 문화경제 공동체 속에서 자유로운 인간들이 이성적으로 공생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자 한 법으로서, 중세의 봉건제도보다 더 우월하였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로마법을 시민법(Civil law)으로, 그 대변자들을 시민법학자(Civilians)로 부르는데, 이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베렌츠는 "오늘날 로마법은 사법에 기반한 사회를 해체하고자 했던 체제(역자인 정병호 교수에 따르면, 사법 질서 즉, 사유재산, 계약자유 등에 기반한 사회를 해체하고자 했던 공산주의 체제를 의미한다)들의 붕괴 후에, 점점 더 일반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법정책적 가치를 얻고 있다"며 "이는 비단 유럽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2022년에 출판된 베렌츠 교수의 평생이 걸친 연구성과가 담긴 이 책의 번역은 정병호 교수의 한국어판이 처음이다.

정 교수는 역자서문에서, "로마가 로마제국의 건설, 로마 카톨릭에 의한 종교적 통일, 마지막으로 로마법에 의한 통일로 세계를 세 번 통일했다"는 독일의 법철학자 예링(Jhering)의 말을 인용하며 "그만큼 찬란한 로마의 문화는 법 없이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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