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음식 배달 앱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쿠폰과 프로모션으로 이용자 확보에 나섰던 것. 이후 알리바바가 어러머(饿了么)를 인수하고, 메이퇀(美团)이 다중뎬핑(大众点评)과 합병한 후 증시에 상장하면서 배달 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후 출혈 경쟁은 완전히 종료된 듯 보였다.
2025년 7월 5일, 10년 만에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알리바바가 타오바오 번개특가(淘宝闪购)를 통해 전쟁을 시작했다. 번개특가는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가 얼마 전 론칭한 ‘즉시 유통’ 서비스로, 제한 시간에 한정된 상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반짝 할인’ 상품을 알리바바 산하 배달 플랫폼 어러머를 통해 ‘번개 배송’으로 1시간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알리바바는 ‘18위안 결제 시, 18위안 할인’을 비롯한 강력한 할인 프로모션 등 약 500위안(약 9조 6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캠페인을 발표했다.

그러자 같은 날, 메이퇀도 반격에 나섰다. ‘0원 음료 쿠폰’, ‘25위안 결제 시 24위안 할인’, ‘15위안 결제 시 15위안 할인’ 등 마찬가지로 전례 없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주문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메이퇀은 이날 단일 주문량이 1억 건을 넘어섰고, 주문 폭주로 앱 일부 기능이 다운되기도 했다. 타오바오 번개특가는 7월 5일 주문 건수가 8000만 건을 돌파했다.
10년 만에 재점화된 배달 앱 대전은 1주 뒤 다시 시작됐다. 7월 12일, 메이퇀과 어러머는 또 대규모 보조금을 뿌렸다. 특히 ‘0위안 밀크티/커피 쿠폰’이 큰 파급력을 보였다. 차백도(茶百道), 미쉐(蜜雪冰城) 등 밀크티 전문점에 주문이 쏟아지면서, 매장 앞에 주문한 음료를 수령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번 배달 앱 대전에 대해 홍콩 혜리그룹(惠理集团) 투자 총감 뤄징(骆晶)은 “이번 보조금 경쟁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10년 전에 비해 각 회사의 재무 기반이 더 탄탄해졌고, 현금 흐름도 더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절박한 이유
10년 전 배달 앱 대전이 시장 초기 선점을 위한 다소 비이성적인 선택이었다면, 이번 전쟁은 모두에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현지 업계는 분석한다. 우선 각 회사가 속하는 이커머스와 배달 시장은 현재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왕년의 고속 성장 시기는 이미 끝이 난 것이다. 이러한 압박감 속에서 이번 대전이 시작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 이번 배달 앱 대전의 도화선은 징둥(京东, JD닷컴)이 당겼다. 얼마 전 징둥은 새로운 돌파구로 배달 시장 진출을 택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트래픽을 확보하고, 이로써 주요 사업인 이커머스를 견인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배달 주문건수 500만 건을 돌파했다고 징둥은 발표했다. 약 두 달 뒤, 징둥의 주문건수는 2500만 건을 넘어서는 등 빠른 속도로 경쟁업체를 압박해왔다. 알리바바가 이번 전쟁에 ‘참전’하게 된 배경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전략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주요 사업은 예전 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존의 분산 전략의 효율이 낮았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장판(蒋凡)은 다시 타오톈(淘天, 타오바오.티몰)의 수장이 된 후, 배달 앱이라는 전쟁터에서 새로운 전략을 검증하기로 나섰다. 원래 618 쇼핑 페스티벌 때 론칭하려고 준비 중이던 ‘타오바오 번개특가’를 약 2개월이나 앞당겨 선보인 것만 봐도 알리바바가 얼마나 다급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1인자 메이퇀 역시 이 전쟁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일종의 ‘타이틀 방어전’이다. 메이퇀의 경우 비용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자사의 핵심 사업이자 수익의 원천을 지켜내야만 한다. 다시 말해 ‘효율적인 투자(징둥), 미래 전략 전환(알리바바), 생존을 위한 방어(메이퇀)’라는 각자의 이유로 배달 대전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 대전의 키워드는 ‘즉시 유통’
현지 매체 36kr(36氪)은 “타오바오가 ‘배달’이 아닌 ‘번개특가’로 이름을 정한 이유는 이번 대전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즉 이미 메이퇀이라는 1인자가 있는 ‘배달’ 대신, ‘번개특가’로 새로운 판을 짜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배달 대전은 그 대상이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료와 음식부터 마트 판매 상품, 약국의 약품, 편의점의 일용품,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제품과 의류까지 배송지 근처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제품군을 포괄한다.
과거에는 ‘어떤 플랫폼에 입점한 음식점이 인기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가 도시 전체의 즉시 배송 네트워크를 장악할 수 있는가’와 ‘누가 앞으로 모든 제품군을 즉시 유통할 수 있는가’가 전략적 목표가 됐다. 대상이 달라진 이상, ‘득보다 실이 많은’ 출혈 경쟁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알리바바와 징둥 등 기존 이커머스 양대 산맥에게 ‘즉시 유통’은 핵심 사업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향후 10년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이번 2차 배달 앱 대전은 정확히 말하면 ‘즉시 유통’ 대전인 셈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