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 문화의 정수인 금관 6개가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인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타종이 전 세계로 실시간 전파를 탄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K컬처와 K문화유산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글로벌 10대 경제 강국을 앞서는 5대 문화 강국의 힘을 자부하자는 취지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주시 등에 따르면 현존하는 신라 금관 6개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27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 모인다.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를 통해서다. 104년 전 첫 금관이 발굴된 후 세상에 나온 금관들이 총집결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는 금관총·금령총·서봉총·천마총·황남대총·교동에서 각각 발굴된 6개의 신라 금관이 있는데 현재 각기 다른 박물관 등에 흩어져 있다. 이 가운데 3개는 ‘국보’이고 2개는 ‘보물’이다.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천년의 소리’가 전 세계로 전파를 타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타음 조사를 실시했는데 타종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타종 장면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2년 만이었다.

경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집적지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K컬처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 APEC은 이미 시작됐다. APEC 정상회의와 환영 만찬 등이 열리는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는 15일 ‘빛의 향연’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신라 탄생 신화인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를 소재로 만든 높이 15m의 APEC 상징 조형물이 불을 밝혔다. 이 조형물은 21개 APEC 회원국의 화합과 미래 번영의 메시지, 찬란한 신라의 문화유산을 표현한 것이다.
이 외에 APEC 기간 경주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야경 명소 월정교에 조성될 수상 무대에서는 29일 한복 패션쇼가 개최돼 APEC 분위기를 돋운다. 조선의 궁중 예악과 신라의 문화 정신을 담은 의례를 재현한 공연 ‘역사 속의 연경당-연경당 진작례’도 27일 첨성대 야외 무대에서 열린다.
또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신라 금관 특별전과 연계해 금관과 황금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부채·머그잔·책갈피 등 ‘뮷즈(뮤지엄+굿즈)’ 상품 17종을 개발하고 전시·판매한다. 금관총을 모티브로 한 컵·귀걸이·팔찌 등도 볼 수 있다.